"부동산이 장난이냐?"... 불신 여론에 기름 붓는 정책 남발 어쩌나

입력
2021.04.02 19:10
국토부 차관의 발언을 국토부가 부인
부동산 정책 놓고 당정 간 엇박자도
선거 앞둔 정책 남발에 피해는 시민들이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차관의 인터뷰 내용을 국토부가 반나절 만에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 등으로 부동산 이슈에 온 이목이 쏠린 시점인 데도 다가오는 보궐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내년에 공시가 6억 원을 넘어서는 주택 수를 본 다음에 세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 인상으로 재산세 부담이 커진 1주택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의미의 '깜짝' 발표였다.

하지만 윤 차관의 발언이 있은 지 4시간 만에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아직까지 관계부처 간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윤 차관의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기재부 관계자 또한 "기재부와는 오간 얘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당국자가 부처 간 상의는커녕 내부적인 입장 정리도 없이 섣불리 자기 생각을 밝힌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당정 간 입장이 엇박자를 내는 일도 잦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등의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데 대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금 주택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루 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26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선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 인상률이 10%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나와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목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 남발에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133% 오른 세종 보람동 호려울마을7단지 입주자대표 김철주(59)씨는 "결국 정부 여당 내에서조차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된 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며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주택자인 직장인 최모(28)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대출 열풍이었다가 정부의 공급 대책으로 '존버(최대한 버티기)' 바람이 불려는 차인데, 대출을 완화해준다고 하니 다시 영끌을 해야 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용 정책 남발이 이미 심화한 불신 여론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정책 당사자들끼리 말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게 황당하다"며 "이런 혼선이 지속되면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장 혼란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는 당정의 부동산 정책 목표가 주거 안정인지 주택가격 안정인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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