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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요일'에 연주되는 음악들

입력
2021.04.02 04:30
수정
2021.04.04 17: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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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고난과 인내'의 조성 B 단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고난과 인내'의 조성 B 단조

'고난과 인내'의 조성 B 단조


2일은 부활절 이틀 전으로, 올해 '성(聖)금요일'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을 기리는 때다. 기독교 문화에 바탕을 둔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성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부활절까지 연휴에 들어간다. 이 무렵이 되면 교회나 공연장, 방송매체 등에서는 예수의 죽음을 다룬 음악이 자주 연주된다. 이때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성이 B 단조다. 순교를 상징하는 음악이다.


2일은 예수의 희생을 기리는 '성금요일'이다. 이맘때 유럽에서는 예수의 수난을 주제로 다룬 음악들이 연주된다. 게티이미지뱅크

2일은 예수의 희생을 기리는 '성금요일'이다. 이맘때 유럽에서는 예수의 수난을 주제로 다룬 음악들이 연주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종교음악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이번 주는 성금요일을 포함한 예수의 '수난(Passion) 주간'이다. 지금 본인이 머물고 있는 독일에서도 TV를 틀면 공영방송 등에서 엄숙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유럽은 아직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라 공연장보다는 온라인이나 방송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예수의 희생과 부활을 기념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장): 성금요일과 부활절은 매해 돌아오는 종교 기념일이기 때문에 연중 최소 한 번 이상은 B 단조의 곡을 들을 기회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기독교인이나 서양인에게는 생활 밀접한 조성일 듯하다.

: 크리스마스가 되면 으레 TV에서 영화 '나홀로 집에'가 방송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유럽인들은 이맘때가 되면 바흐의 ‘B 단조 미사(Mass)’나 드보르작의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등 수난을 그린 종교음악들이 자주 들리겠구나, 하고 여긴다. 바흐의 마태수난곡 중 아리아 '사랑하는 마음이여, 피를 흘려라(Blute nur, du liebes Herz)'나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Erbarme dich, mein Gott)' 등도 대표적인 B 단조 종교음악들이다. 고난을 인내하고 있다.

: 대체로 희생과 죽음에 관한 노래들이다. 단조 조성 가운데 가장 비극적이라고 봐야 할까.

: 실제로 B 단조로 쓰인 곡들이 어둡기는 하다. 하지만 염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진지하고 엄숙한 편이다. B 단조가 표현하는 죽음이 운명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혁명파 화가 카바라도시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들어보면 주인공이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슈베르트부터 이글스까지 사용

: 꼭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음악만 있는 건 아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미완성')이나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등이 B 단조의 대표작들이다. 6일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비창')이나, 11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리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도 빼놓을 수 없다.

: 대중가요에선 20세기 불멸의 명곡으로 기록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인 B 단조 팝이다.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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