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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요일'에 연주되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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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2일은 부활절 이틀 전으로, 올해 '성(聖)금요일'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을 기리는 때다. 기독교 문화에 바탕을 둔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성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부활절까지 연휴에 들어간다. 이 무렵이 되면 교회나 공연장, 방송매체 등에서는 예수의 죽음을 다룬 음악이 자주 연주된다. 이때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성이 B 단조다. 순교를 상징하는 음악이다.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이번 주는 성금요일을 포함한 예수의 '수난(Passion) 주간'이다. 지금 본인이 머물고 있는 독일에서도 TV를 틀면 공영방송 등에서 엄숙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유럽은 아직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라 공연장보다는 온라인이나 방송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예수의 희생과 부활을 기념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장): 성금요일과 부활절은 매해 돌아오는 종교 기념일이기 때문에 연중 최소 한 번 이상은 B 단조의 곡을 들을 기회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기독교인이나 서양인에게는 생활 밀접한 조성일 듯하다.
지: 크리스마스가 되면 으레 TV에서 영화 '나홀로 집에'가 방송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유럽인들은 이맘때가 되면 바흐의 ‘B 단조 미사(Mass)’나 드보르작의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등 수난을 그린 종교음악들이 자주 들리겠구나, 하고 여긴다. 바흐의 마태수난곡 중 아리아 '사랑하는 마음이여, 피를 흘려라(Blute nur, du liebes Herz)'나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Erbarme dich, mein Gott)' 등도 대표적인 B 단조 종교음악들이다. 고난을 인내하고 있다.
장: 대체로 희생과 죽음에 관한 노래들이다. 단조 조성 가운데 가장 비극적이라고 봐야 할까.
지: 실제로 B 단조로 쓰인 곡들이 어둡기는 하다. 하지만 염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진지하고 엄숙한 편이다. B 단조가 표현하는 죽음이 운명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혁명파 화가 카바라도시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들어보면 주인공이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 꼭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음악만 있는 건 아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미완성')이나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등이 B 단조의 대표작들이다. 6일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비창')이나, 11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리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도 빼놓을 수 없다.
지: 대중가요에선 20세기 불멸의 명곡으로 기록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인 B 단조 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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