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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곳곳에 '화마의 흉터'... 언제쯤 파릇한 새살 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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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상공에서 내려다본 백두대간은 '민둥산' 그 자체였습니다. 능선을 따라 반복되는 회색 줄무늬는 벌목한 뒤 운반할 엄두가 안 나 쌓아 둔, 죽은 나무의 파편입니다. 핏줄처럼 훤히 드러난 오솔길의 흔적과 주인 모를 산소만이 이곳이 울창한 숲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019년 식목일, 강원도 일대를 휩쓴 화마는 이처럼 처참한 흉터를 백두대간 곳곳에 남겨놓았습니다. 당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강릉과 고성, 속초 일대 2,000여 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2년가량 지난 지난달 30일 강릉시 옥계면 산불 피해 지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시커멓게 불에 타버린 숲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오고, 소나무나 잣나무 등 새로 심긴 나무들이 제법 자라나 '숲'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벌써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기대는 상상에 불과했습니다. 두 눈으로, 아니 드론과 연결된 휴대폰 화면 속에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맨땅이 드러난 능선을 따라 그을음이 아직 가시지 않은 잿빛 봉우리들만 화면에 가득했습니다. 죽음의 계곡을 연상케 하는 이 땅에서 과연 생명은, 희망은 사라진 걸까요.
드론의 고도를 서서히 낮춰 보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린 묘목들이 보입니다. 경사면을 따라 키 작은 나무들이 지지대의 도움으로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진화 직후 4년생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절반가량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올해 말 피해 지역 전체에 대한 조림 완료가 목표지만 화재가 나기 전, 숲다운 숲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최소 40년, 야생동물이 서식할 생태계 회복까지는 10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림에 드는 천문학적인 액수는 차치하더라도, 그리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니 마음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화재 당시 기억을 묻자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당시 옥계면 곳곳에 그 많은 불덩이들이 폭탄처럼 날아왔는데 멀쩡한 곳이 있겠나?” 그는 한 손에 든 지팡이로 민둥산을 가리키며 “그래도 우리 때 이렇게 나무를 심어 놓으면 아이들이 컸을 땐 다시 퍼레지지 않겠소”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깊고 넓은 상처를 눈앞에 두고 '치유'를 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정성과 세월, 기다림이 더해지면 대자연은 경이로운 섭리를 보여주겠죠.
숲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생각해 볼 기회, 식목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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