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없애겠다"... 바이든 약속 이행 기다리는 50명의 美 연방 사형수

입력
2021.03.28 14: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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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7년 만에 연방 차원 사형 재개
바이든, 대선 때와 달리 사형제에 침묵

사형제를 반대하는 미국 시민들이 지난해 7월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교도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연방 차원 사형 재개 명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러호트=로이터 연합뉴스

사형제를 반대하는 미국 시민들이 지난해 7월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교도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연방 차원 사형 재개 명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러호트=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사형 제도 폐지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위해 언제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할지 힌트를 얻으려 뉴스를 살피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

미국 인디애나주(州) 테러호트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 레종 테일러는 AP통신에 자신의 불안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테일러는 2008년 애틀랜타의 식당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다. 하지만 그 역시 삶의 지속을 희망하고 있었다.

17년 만에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을 재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지만 미국 사형수의 불안은 달라진 게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기간 “연방 차원의 사형제 종식 법안을 통과시키고 각 주정부에는 사형 중단을 유도하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해놓고 취임 후 두 달이 넘도록 별다른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도소에는 2019년까지 63명의 연방사형수가 수감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 심지어 대선 패배 후 지난 1월 퇴임 직전에도 연방정부가 사형을 연달아 집행하면서 50명밖에 남지 않았다.

사형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 사형 집행 속도에 숨을 죽여야 했다. AP는 “수감자들은 보통 때보다 더 큰 열쇠고리 소리를 내며 교도관이 복도로 들어올 때마다 움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소리는 사형 집행 영장을 전달하기 위해 교도소장실로 데려가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내 사형제 관련 뉴스도 사형수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역대 사형 집행 건수가 텍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주인 버지니아가 24일(현지시간) 사형제를 폐지했다. 50개 주 가운데 사형제를 없앤 주는 23개가 됐다. 특히 노예제 옹호 남부 주를 중심으로 사형제를 유지하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더 관심을 모았다.

반면 연방대법원은 2013년 보스턴마라톤 폭탄 테러 주범 사형 선고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상고심이 가을이기는 하나 사형제 존치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민감한 현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인 1994년 사형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연방범죄 60개를 추가한 ‘범죄인 법안' 통과를 주도, 사형제를 강화했던 원죄가 있어 그의 선택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종교는 사형제를 반대하는 가톨릭이다.

범죄자가 자신들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형제 옹호 여론은 여전하다. 하지만 사형 집행 이후 무죄로 밝혀진 억울한 사례도 있고, 사형제의 범죄 억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사형제라는 되돌릴 수 없는 처벌 방식을 대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P는 “누가 사형 선고를 받고, 왜 사형을 선고 받는지에 대한 조사가 증가하면서 사형제 지지와 사형 집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라고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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