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국지전의 공식을 바꾸다

입력
2021.03.25 19:00
수정
2021.03.27 22:00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 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활용된 터키의 바이락타르-TB2 전투 드론. ⓒForbes via GETTY IMAGES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활용된 터키의 바이락타르-TB2 전투 드론. ⓒForbes via GETTY IMAGES


군사 드론이 최근 전쟁의 양상과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중국, 이스라엘, 터키, 이란 등이 드론 강국으로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드론 기술과 제품 확보에 대한 여러 나라의 관심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유엔 특별 보고관인 아그네스 칼라마드는 '제2차 드론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제2차 시대에 진입하면서 드론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드론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드론 전쟁도 더욱 빈번해졌다. 미국 바드 대학의 드론 연구 센터 자료에 의하면 2020년 3월 현재 최소 102개국이 군사 드론을 획득했고, 약 35개 국가가 강력한 군사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소 20개 무장단체가 드론 기술을 확보했다.

군사 드론의 주요한 역할은 두 가지이다. 드론은 감시와 정찰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아군에게 제공하면 지상 및 공중 전력이 적을 효율적으로 공격해서 격퇴할 수 있다. 전장에서 제공권을 장악한 국가가 적의 지상 전력도 제압할 수 있다. 공중을 지배하는데 드론의 역할이 크다. 드론은 정찰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정찰 활동이 가능하다. 한편, 드론은 자폭 혹은 탑재한 화력을 사용해서 주요 군사 표적과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기도 한다. 최근 전쟁에서 드론이 기존의 재래식 공중, 지상 및 해상전력의 효율을 증폭시켜 전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활용된 터키의 바이락타르-TB2 전투 드론. ⓒAP통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활용된 터키의 바이락타르-TB2 전투 드론. ⓒAP통신


시리아, 리비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예멘 등에서 전개되는 전쟁에서 군사 드론이 맹위를 떨쳤다. 드론이 탱크, 장갑차, 방공망, 병력 등 지상 전력에 대해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드론은 방공망을 회피하고 제압하는 역할을 한다. 시리아와 리비아 전장에서 터키의 바이락타르 TB2 전투 드론이 러시아의 판치르와 S-300 방공망을 파괴했다. 이란의 아바빌 계열 공격 드론이 예멘의 전장에서 활약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바이락타르 TB2와 함께 이스라엘의 하롭, 오비터, 스카이 스트라이커 등 자살 드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리비아 국민군은 중국의 윙룽-2 드론을 사용했다.


리비아 국민군이 활용하는 중국의 윙룽-2 전투 드론. ⓒ신화통신

리비아 국민군이 활용하는 중국의 윙룽-2 전투 드론. ⓒ신화통신


군사 드론의 확산이 국제 안보를 불안정하게 한다. 군사 드론의 가격과 성능에 큰 편차가 있으나 국지적 분쟁에 사용되는 드론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조종사가 사망할 위험이 없다. 이처럼 비용과 정치적 부담이 적어서 각국이 소규모 전쟁을 개시하고 지속하기가 쉬워졌다. 또한 드론 공격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하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는 등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폐해가 크다. 군사 드론의 확산으로 인해 불안정한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활용된 이스라엘의 하롭 자살 드론의 발사 모습. ⓒAZERBAIJAN STATE BORDER SERVICE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활용된 이스라엘의 하롭 자살 드론의 발사 모습. ⓒAZERBAIJAN STATE BORDER SERVICE


드론의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드론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드론 군비 경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이스라엘, 중국, 터키 등이 주도하고 있다. 둘째, 대(對)드론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드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파 교란, 직접 타격 등 다양한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셋째, 드론의 개발과 활동을 제한하고 불법화하는 국제 체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있다. 비용과 작전 효율성 측면에서 매력이 있는 군사 드론의 보유, 기술 개발, 사용 등의 유혹을 저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분쟁 지역의 아이들은 비가 오기를 간절히 손꼽아 기다린다. 흐린 날에는 드론 공격이 없기 때문이다. 드론의 확산이 국제 평화를 저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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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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