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로 집 안에 콕 갇혔나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단조롭고 답답한 집콕생활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격주 수요일 ‘코로나 블루’를 떨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소개합니다.
#7세 딸을 키우는 주부 김민숙(37)씨 집에서는 최근 매일 밤 곤충 운동회가 열린다. 아빠와 딸은 운동회에 참가하는 곤충으로 변신하고, 엄마는 운동회를 취재하는 사마귀 기자가 된다. 딸이 즐겨 읽는 자연관찰 책을 그대로 재현했다. 김씨는 “인상 깊었던 책은 아이가 먼저 책 내용을 바탕으로 역할 놀이를 제안한다”라며 “독후 활동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아이 성향에 맞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초등 5학년 아들을 키우는 주부 김소영(45)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으로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을 추천받고, 공동 구매한다. 아이가 다 읽은 책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팔기도 한다. 김씨는 “SNS로 아이 성장과정에 따라 어떤 책이 좋은지, 어떤 아이가 읽으면 좋은지 등 자세한 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아이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해줄 수 있어서 좋다”고 추천했다.
코로나19로 ‘책 육아’가 뜨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가는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책을 읽히려는 부모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3월(21일까지) 유ㆍ아동 분야 도서 판매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0%, 27.3% 증가했다. 국내 최대 중고 아동 전집 대여 사이트인 ‘리틀코리아’는 지난해 전집 대여 건수가 총 14만7,156건으로 전년(6만8,471건)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책 육아는 말 그대로 책 읽기를 중심에 두고 자녀를 기르는 방식이다. ‘다독(多讀)이 우수한 성적의 지름길’이라는 부모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요즘 부모들에게는 ‘자녀 인생을 함께할 좋은 친구 만들어주기’라는 생의 미션에 더 가깝다.
책 육아의 성공은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지보다 얼마나 책을 오래 즐기는지에 달렸다. 책 읽기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책과 친숙해지는 게 우선이다. 두 아이(8세ㆍ5세)를 키우는 김지예(33)씨는 지난해 '책 육아'를 시작하면서 책을 집 안 곳곳에 배치했다. 아이들은 책을 쌓고, 울타리를 만들고, 징검다리처럼 책 위를 뛰어다닌다. 그러다 앉아서 책을 들춘다. 로봇이나 블록을 좋아했던 아이들은 자연스레 책을 집어들고 읽어 달라고 졸랐다. 김씨는 “책을 꾸준히 읽히려면 우선 책이 재미있게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부모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찾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책과 친해지려면 환경도 중요하다. 주부 김민숙씨는 거실 한쪽에 전면 책장을 들여 수백 권의 책을 빼곡히 꽂아 서재로 꾸몄다. 높은 곳에 있는 책도 아이가 스스로 찾아 꺼낼 수 있게 발판을 두고, 책을 골라 담는 트롤리도 마련했다. 책장 옆에는 편안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게 소파를 배치했다. 도서관에 가면 누구나 책을 들춰보듯, 아이는 수시로 책을 꺼내 읽는다.
책 읽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다양한 독후활동은 ‘절친’을 만드는 과정과도 같다. 책을 통해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확장하는 독후활동은 요즘 ‘책 육아’의 필수 코스다. 방식은 자유롭다. 독후감뿐 아니라 그림으로 그리거나, 관련 내용을 살려 창작놀이도 할 수 있다. 책에 나온 지역을 여행하거나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는 세상에 없다. 명심할 것은 책이 가져다줄 가시적 효과보다 책을 통한 아이와의 교감이다. '결과가 증명하는 20년 책육아의 기적'의 저자 서안정씨는 "무엇보다 책 육아의 가장 핵심은 책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두는 것"이라며 "부모의 욕망을 누르고, 내 아이가 책을 통해 무엇을 즐거워하고, 원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내향 육아'의 저자 이연진씨도 "아이가 책을 몇 권 읽었는지, 책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보다 부모와 책을 읽었던 다정한 순간의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래서 육아(育我)는 아이가 아닌 나를 기르는 일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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