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파격 인상 LG전자에 밀리나" 삼성맨들 '부글부글'

입력
2021.03.20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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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평균 9% 인상 알려지며 불만 고조

19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재계 전반에 걸쳐 확산 중인 '연봉과 성과급' 논란이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에서도 불거질 조짐이다. 인터넷과 게임 업계에 이어 경쟁사인 LG전자까지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삼성맨'들도 현재 진행 중인 협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동년차 LG전자 직원에게 임금 밀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임직원 대표인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3월 초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3월 20일 전후 시점에 인상된 급여가 지급됐는데, 올해는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협의회 측과 회사의 적지 않은 입장 차 때문이다. 노사협의회에선 6.36%의 임금 인상률을 주장한 반면, 회사 측은 2.5%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사내게시판 등에서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임직원은 "전자는 'LG전자'고 우리가 '삼성후자'가 된 기분"이라며 "가만히 두면 기업 이미지만 추락하고 능력 있는 인재는 다 떠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원들의 이런 불만은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잇따른 연봉 인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쿠팡이 신입사원 초봉 6,000만 원을 제시하면서 우아한형제들, 엔씨소프트, 넥슨 등 인터넷 업체들은 임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지급했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네이버의 임직원 평균 연봉도 1억 원을 넘어섰다.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1억800만 원, 엔씨소프트는 1억549만 원, 네이버는 1억247만 원이었고 임금 상승폭도 카카오가 35%, 엔씨소프트 22.1%, 네이버는 21.2%로 컸다.

여기에 LG전자까지 올해 임금을 평균 9%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직원은 "동년차 LG전자 가전 담당 직원보다 연봉이 밀렸다는 말을 듣고 회사를 다니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사라졌다"며 "반면 대표이사의 경우 연봉이 2.4배나 늘었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82억7,400만 원을 받았다. 2019년 보수(34억5,000만원)의 2.4배로 그는 지난해 상여로만 66억1,200만 원을 챙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연결 기준 35조 9,939억 원의 흑자를 내고, 236조 8,0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62%, 매출은 2.78%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네 번째다.

"삼성전자에도 강력한 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 힘 얻어

이번 임금협상을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에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LG전자 노조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11% 인상률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노조 가입을 문의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창립 후 '무노조 경영' 원칙을 세우는 대신 임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해 왔다. 고 이건희 회장도 지난 1987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노조 활동을 보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19년 11월 400명이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가입자는 현재 3,000명에 육박했다.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 대표는 "지난해 최악의 불경기에도 초일류 실적을 거두었지만 협의회와 회사가 논의하는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조합원들의 열의가 높아지면서 이를 반영해 사측에 조만간 임금교섭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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