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조사’ 후폭풍…들끓는 민심에 지정 앞둔 추가 택지도 시한폭탄

입력
2021.03.13 04:30
3면
구독

정부, 공급대책 일정대로 강행
전문가들 "공급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용두사미'로 끝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는 합동조사단 조사 및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관계 없이 주택 공급을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발본색원을 천명하고서 고작 투기 의심자 7명을 추가로 밝혀낸 조사 결과에 민심은 "정부를 못 믿겠다"며 요동치고 있다.

내달 발표를 앞둔 신규택지 후보지 일대에서도 최근 토지거래가 크게 증가해 제2의 광명·시흥지구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촛불 말고 횃불 들고 싶다" 들끓는 민심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부동산시장점검 장관관계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은 계획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달 15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발표와 오는 7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계속 밀어붙여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민심은 펄펄 끓고 있다. “이 잡듯 샅샅이 뒤지겠다”고 해놓고 일주일 만에 ‘셀프 조사’로 투기 의심자 7명을 추가하는 데 그친 조사 결과가 타오르는 분노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이날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명을 조사해야지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들 아주 속 터지게 하려고 작정한 건가” “촛불 말고 횃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란 글에는 이날 오후까지 7만4,000여 명이 동의했다.

공공의 신뢰가 무너진 탓에 3기 신도시의 토지주들도 등을 돌렸다. 아직 보상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지구에서는 LH와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지난 10일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수용·보상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 지구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져 7월 예정된 사전청약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불안한 신규 택지 후보지...'제2 광명·시흥 사태' 우려도

내달 중 발표할 신규 공공택지에서 광명·시흥지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광명·시흥지구는 LH 직원들을 비롯한 투기 의심 토지거래가 쏟아졌다. 1차 조사에서 확인된 LH 직원 20명 중 15명은 신도시 지정 전 땅을 사들였다. 신규 공공택지도 일찌감치 김포 고촌, 하남 감북, 고양 원흥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 이미 투기 수요가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으로 파악한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토지거래량은 지난해 말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20건, 10월 29건, 11월 30건에 그쳤던 거래량은 12월 161건으로 치솟았다. 실거래가도 폭등해 고촌읍 신곡리의 한 밭은 지난해 9월 3.3㎡(평)당 83만 원에 거래됐지만 인접한 밭은 올해 2월 129만 원에 팔렸다. 6개월 사이 상승률이 55.4%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된 공급 정책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완급 조절을 주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국민들은 공급보다 한국 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얼마나 과감하게 대처하는지에 집중하고 있어 문제가 된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이 조금 늦어진다고 해도 ‘패닉 바잉(공황매수)’으로 갈 상황은 아니니까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처벌 수위를 구체화하고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