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이란 보복 시작했나… 전운 감도는 중동

입력
2021.03.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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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가 가능성 시사한 뒤 시리아 공격
美 공습 당일 자국 화물선 폭발 배후 지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8월 말 예루살렘에서 재러드 쿠슈너 당시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8월 말 예루살렘에서 재러드 쿠슈너 당시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다. 미국에 이어 시리아를 공격했는데, 뒷배인 이란이 타깃이다. 자국 화물선 폭발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총리와 군 당국자들 발언에 비춰, 보복일 공산이 크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때린 건 지난달 28일(현지시간)이다. 시리아 공군은 당일 성명을 내고 “오후 10시 16분 이스라엘 적군이 골란고원 방향에서 수도 다마스쿠스 지역 일부를 향해 공습을 감행했지만 미사일 대부분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 표적은 이란혁명수비대와 헤즈볼라가 주둔한 다마스쿠스 남부 사이이다 자이납 지역이다.

이스라엘 측은 답변을 거부했지만 정황상 이번 공습은 대(對)이란 보복일 개연성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공개된 공영 칸(Kan)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건(화물선 폭발) 명백히 이란 소행”이라며 “이란은 이스라엘의 최대 적이다. 나는 이란을 제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모든 지역을 타격한다”고 말했다.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발언은 공습 이전에 녹음됐다고 한다.

최근 이란을 상대로 먼저 군사 작전을 벌인 건 미국이었다. 지난달 25일 이란 지원을 받는 시리아 동부 이라크 국경 인근의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는데 조 바이든 정부 출범 뒤 미국의 첫 군사 행동인 이 공격은 같은 달 15일 친(親)이란 시리아 민병대의 이라크 북부 미군기지 로켓포 공격 등에 대한 보복 차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같은 날 오만 인근 걸프 해역에서 싱가포르로 가던 중인 이스라엘 회사 소유 자동차 운반선 ‘MV 헬리오스 레이’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배의 좌현과 우현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 위쪽에 지름 1.5m 크기의 구멍이 생길 정도로 충격이 컸다. 이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군 참모총장이 폭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현지 언론에서는 ‘선체 부착형 폭발물’에 의한 피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아직 확전 가능성은 작다. 일단 이란이 덤비지 않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의혹을 제기한 직후 TV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런 주장을 강력히 거부한다. 걸프만의 안보는 이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언행을 이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인물의 공포 유발 행위로 규정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탈퇴한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한다는 데에 원칙적으로 미국과 이란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중동 질서 재편의 변수가 될 협상의 시작을 앞두고 양국뿐 아니라 이스라엘도 자국 이익 관철과 라이벌 이란의 견제를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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