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SUV, 포르쉐 전기차…새 시장 뛰어드는 '슈퍼카' 군단

입력
2021.03.01 22:40
16면
구독

마세라티 이어 페라리도 내년 전기차 출시
포르쉐 "2030년까지 판매 차량 80% 전기차로"
"전동화는 환경규제 대응·성능 향상 일석이조"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 이른바 '슈퍼카 브랜드'들이 속속 변신을 선언하고 있다. 날렵한 차체, 맹수의 포효 같은 엔진 굉음 등 기존의 대표 정체성 대신, 실용성과 전동화 흐름을 받아들이며 시장 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람보르기니의 SUV 모델인 우루스에 새로운 색상 및 디자인이 적용된 '우루스 그라파이트 캡슐' 에디션. 람보르기니 서울 제공

람보르기니의 SUV 모델인 우루스에 새로운 색상 및 디자인이 적용된 '우루스 그라파이트 캡슐' 에디션. 람보르기니 서울 제공


대세가 된 '슈퍼카 SUV'

1일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포르쉐 카이엔으로 시작된 슈퍼카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페라리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첫 SUV 모델 '프로산게'의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 중 마지막으로 SUV 시장에 승차한 셈이다. 포르쉐는 카이엔과 마칸으로 이미 슈퍼카 SUV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벤틀리 '벤테이가', 마세라티 '르반떼', 람보르기나 '우루스', 애스턴마틴 'DBX' 등 다수 슈퍼카 브랜드들이 2010년대 중반부터 SUV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비교적 대중 브랜드에 속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최고급 라인인 마이바흐의 첫 SUV 모델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애스턴마틴의 첫 SUV 모델 'DBX'. 애스턴마틴 제공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애스턴마틴의 첫 SUV 모델 'DBX'. 애스턴마틴 제공


슈퍼카 브랜드들은 SUV의 인기를 발판 삼아 재도약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포르쉐,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는 국내에서 총 9,042대를 판매했다. 1년 전보다 51.7% 증가한 수치로, 이 중 SUV가 53.3%(4,820대)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형성된 SUV 시장이 2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자동차 산업을 이끌자 슈퍼카 업체도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다"며 "소비자 역시 오랜 기간 익숙해진 탓에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SUV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마세라티의 SUV 모델 '르반떼'. 마세라티 제공

마세라티의 SUV 모델 '르반떼'. 마세라티 제공


SUV 넘어 전기차로

포드와 GM의 스포츠카 모델들은 아예 전기차 SUV 모델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포드의 스포츠카 모델인 머스탱은 전기차 SUV인 '머스탱 마하-E'로 탈바꿈했고, GM의 스포츠카 모델인 쉐보레 콜벳 역시 2025년 전기 SUV로 변신한 콜벳 SUV(가칭)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존 엘칸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기업 실적을 발표하면서 "2030년 최초의 페라리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2019년 전기 스포츠카 모델인 '타이칸'을 선보인 포르쉐의 올리버 블루메 CEO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해 "판매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 모델 '타이칸'. 포르쉐코리아 제공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 모델 '타이칸'. 포르쉐코리아 제공

투자업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페라리, GM,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테슬라보다 더 유망한 종목으로 꼽았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슈퍼카 브랜드의 전동화는 환경규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고성능에 대한 슈퍼카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 업체는 주로 환경기준이 높은 유럽을 거점으로 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엔진 기술력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내연기관 엔진은 전기 모터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전동화를 통해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사로잡는 동시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엔진의 아날로그적 매력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슈퍼카의 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