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배완제품·담뱃잎 로열티, 분리 과세해야"

입력
2021.03.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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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잎 제조에도 '영업비밀' 포함됐다고 판단
담뱃잎 영업비밀 사용권-담배 상표권은 '별개'
"로열티에 대한 관세 부과도 별도로 부과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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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제조업체인 한국필립모리스가 해외법인에 지급한 로열티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두고 관세당국과 벌인 법정 분쟁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원재료인 담뱃잎에도 기업의 영업비밀이 녹아 있어 로열티 관련 세금을 부과할 순 있다고 봤으나, "담배완제품 상표권에 대한 로열티와는 분리해서 과세해야 한다"며 기존의 관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낸 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세관은 한국필립모리스 측에 관세 98억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여러 해외 계열사로부터 담배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16종을의 수입해 담배 완제품을 제조했다. 이에 서울세관은 "한국필립모리스가 해외법인에 지급하는 로열티 안에 원재료인 담뱃잎과 관련된 '영업비밀'의 대가가 포함돼 있다"며 원재료 물품가격에다 영업비밀 사용료를 가산해 과세 처분을 내렸다.

관세법은 수입품의 물품가격에 영업비밀 등을 사용하는 대가가 포함될 경우, 물품가격에 이를 가산해 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입업자가 물품을 수입할 때 일부러 낮은 금액을 지급하고, 추후 로열티로 차액을 보상해 세금을 포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필립모리스는 "해외법인에 지급한 로열티는 담배완제품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일 뿐, 원재료 수입과는 무관하다"면서 반발했다. 원재료인 담뱃잎은 일반적인 농산물 제품이라, 로열티를 지급할 만한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주장도 내놨다. 반면 서울세관은 필립모리스 그룹이 엄격한 재배 과정을 거쳐 생산하는 담뱃잎에는 노하우는 물론, 영업비밀도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우선 △담뱃잎의 경작지 선정 △수확 시기와 보관 방법 △여러 종류의 담뱃잎 배합 △향료 및 보습제 첨가 △열처리 등 가공과정 등에 상당한 기술력이 녹아 있다는 점을 들어, "담뱃잎 생산에도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고 봤다. 담뱃잎이 영업비밀 사용로를 부과할 필요가 없는 '일반적인 농산물'이라는 한국필립모리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한국필립모리스가 해외법인에 지급한 로열티에도 이 같은 영업비밀 사용료가 포함돼 있는 것은 일단 맞다는 게 재판부의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담뱃잎과 관련된 영업비밀 사용권, 담배완제품과 관련된 상표권은 각각 별개의 권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필립모리스가 납부해야 할 관세도 담뱃잎과 담배완제품 부분을 나눠 산출해야 한다는 게 1심 법원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로열티 중 상표권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담뱃잎 등에 관한 권리사용료 부분을 분리해 세금을 산정해야 한다"면서 "이를 구분할 수 없다면 과세 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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