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친일파 후손 26억대 재산' 국고 환수 추진

입력
2021.03.01 09:00
수정
2021.03.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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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위자 4명 후손들의 토지 관련 소송 제기
현재까지 총 19건 중 17건 승소해?260억 환수

박철우(가운데) 법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친일파 4명의 토지 국가귀속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박철우(가운데) 법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친일파 4명의 토지 국가귀속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3ㆍ1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반민족행위를 한 친일 행위자의 후손 4명이 보유 중인 26억원대 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친일행위자 이규원, 이기용, 홍승목,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토지 등 11필지에 관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서부지법 등에 소유권이전등기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고 1일 밝혔다.

법무부가 환수를 추진하고 나선 토지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과 경기 김포ㆍ남양주ㆍ파주시 등의 총 11필지(면적 8만5,094㎡)다. 공시지가 기준 약 26억7,522원에 달하는 만큼, 실제 부동산 가액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올해 2월 법원에서 처분금지가처분 결정이 나온 만큼, 친일행위 대가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도 소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서대문구는 2019년 10월 공원 조성 사업부지 중 친일 재산 의심 토지에 대해 국가 귀속 대상 해당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8월 광복회도 이를 비롯, 친일 재산으로 보이는 일부 부동산의 국고 환수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11필지를 검토한 결과, 친일 행위에 따른 대가로 주어진 게 명백한 데다 관련 증거도 모두 갖춰져 있다는 게 법무부의 결론이다.

이번에 재산 환수 대상이 된 4명은 2007년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됐다. 일제 강점기 때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소유자였던 이해승은 일본 정부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과 후작 작위를, 경기 김포시 토지를 보유했던 이규원은 한국병합기념장과 자작 작위를 각각 받았다. 경기 남양주시 땅의 주인이었던 이기용에겐 자작 작위와 함께 '일본 제국의회 귀족원 의원' 자리가 주어졌다. 경기 파주시 부동산을 소유했던 홍승목은 한국병합기념장을 받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를 지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친일행위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소멸시효도 완성된 토지들에 대해선 소 제기를 유보했다”며 “추가 증거확보 및 법리 검토를 거쳐 국고 환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는 땅이 있으면 추후 다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일본의 국권 침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러ㆍ일전쟁이 발발한 1904년 2월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행위자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는 제외된다. 이에 따라 2006년 7월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설치돼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을 담당해 왔고, 위원회가 활동을 끝낸 2010년 7월부터는 국무총리령에 따라 법무부가 위원회의 소송 업무를 승계해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9건의 소송 중 17건이 국가 승소로 확정돼 약 260억원이 국고로 귀속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철저한 소송수행으로 대상 토지의 국가 귀속 절차를 완수해 친일청산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 마지막 한 필지의 친일재산까지 환수해 3ㆍ1운동의 헌법 이념 및 역사적 정의를 구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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