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오색케이블카, 설악산 지킬 수 있는 최소한 시설"

입력
2021.03.0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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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최문순 강원지사
진보는 반대? 정치적 문제로 변질 아쉬워
케이블카 운행 탐방객 분산 환경보존 가능
평창올림픽 등 도지사 10년 평화 전초기지?
2024 청소년동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올인'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달 17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달 17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산지 면적 비율 82%. ‘산골’ 광역지자체 강원도는 타지역 사람들에게 크게 두 가지로 기억된다. 푸른 동해와 험준한 산. 모두 청정을 유지하고 있는 덕에 강원도는 국민 쉼터, 휴식지로도 통한다. 3년 반 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완전 개통으로 강원도를 찾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주요 목적지 중 하나는 설악산. 그러나 정상에서 설악과 동해를 감상하는 일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강원도가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양양군 오색리에서 대청봉 인근 봉우리, 끝청까지 설악 능선 3.5㎞를 연결하는 사업. 지난해 말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강원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탄력받게 됐지만, 환경단체의 반발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악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71년의 권금성(외설악). 이후 80년 내장산, 89년 덕유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섰다. 30년 넘는 기간 추가 허가는 없었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면 21세기 첫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된다. 자신을 '환경론자'라고 강조하고 있는 최문순(65) 강원지사를 통해 ‘국립공원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문제로 갑론을박 중인 강원도의 속을 들여다봤다. 최 지사와의 만남은 지난달 17일과 22일 도청에서 이뤄졌다.

-설악산에 왜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나.

"오색케이블카는 설악산을 지킬 최소한의 인공시설물이다. 2017년에만 369만명이 설악산을 다녀갔다. 연간 적정 수용인원은 100만명인데, 그 네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탐방로 64.3%가 훼손됐다. 케이블카를 운용하면 등산객 분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후엔 탐방로에 휴식연제를 도입해 설악산에 치유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환경단체 반발이 만만치 않다.

"본질 놓고 토론해보기도 전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상황이 변질됐다. 굉장히 아쉽다. 진보는 케이블카에 반대해야 하고, 보수는 찬성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설악산 환경 보존이다.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환경론자인 내 관점에서 보면 오색케이블카는 설악을 지키는 대안이다. 환경운동가들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케이블카가 아니라, 설악산에 무차별적으로 심으려고 하는 송전탑이다."

-송전탑은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전력은 2025년까지 경북 울진에서 평창과 홍천을 지나 경기 가평에 이르는 길이 230㎞ 송전선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송전탑 440개가 세워지고 홍천에만 80개가 설치된다.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강원도민을 포함한 비수도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선 불가피한 시설이라 하더라도 설치 전에 지중화나 초전도 시설 등 기존 송전탑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과 환경에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정치권은 이 문제에 미온적 태도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주면 좋겠다.”

-케이블카가 난개발을 촉진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 지주를 포함한 공사 자재를 헬기로 운반해 시공할 예정이다. 상하부 정류장 공사로 인한 산지 훼손이 없도록 노선을 짜는 것도 물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케이블카 운영 수익의 15% 또는 매출의 5%를 환경보전기금으로 적립, 설악산에 다시 환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6월 착공,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산지에 마구 꽂아대는 송전탑이 환경훼손을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제공

최문순 강원지사는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산지에 마구 꽂아대는 송전탑이 환경훼손을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제공


이광재 전 지사의 당선 무효로 지난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도지사로 데뷔한 최 지사는 오는 4월이면 만 10년이 된다. 그간 격을 낮추고 서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면서 기존 정치인의 이미지를 바꾼 정치인으로 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매에 애를 먹던 감자 생산 농가를 위해 ‘핵감자 세일’에 직접 나섰던 예가 대표적이다.

-부임 초 평화자치도, 한반도 평화의 전초 기지화를 선언했다. 강원도의 지난 10년 평가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 싱가포르와 하노이서 열린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모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했다. 강원도의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유치한 2024년 청소년동계올림픽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매듭짓는 게 마지막 임무라 생각한다. 남북 젊은이들이 평화 메시지를 함께 띄운다면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상반기 중에 만나 남북공동개최를 협의할 예정이다."

-세 번째 임기가 1년여 남았다. 앞으로 계획은.

"선거에 또 나올 일은 없다는 점을 다시 밝힌다. 동서고속철도(설계착수), 서울양양고속도로 등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됐거나 궤도에 오른 만큼 오색케이블카와 청소년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 남은 에너지를 쏟아붓겠다.”



춘천=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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