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시 日대사, 활동 시작했지만...대통령·외교장관 대면은 깜깜

입력
2021.02.26 16: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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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를 맞는 우리 정부 분위기는 냉랭하다. 앞서 부임한 강창일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터라, 정부로서도 아이보시 대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보시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임기모 외교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다. 지난 12일 입국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14일간 자발적 격리를 마치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신임장은 파견국(일본)의 행정수반이 접수국(한국)에게 해당 대사를 보증한다는 내용을 담은 외교 문서다. 사본 제출 뒤부터 대사로서의 공식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일본 대사의 다음 일정은 통상 외교부 장관 예방과 대통령에 대한 신임장(원본) 제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외교부는 정의용 장관 등 정부 고위급의 아이보시 대사 면담 일정을 확정짓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정 장관의 아이보시 대사 접견 계획과 관련, "잡혀 있는 게 없다. (대통령에 대한) 신임장 제출 이후가 될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수장 통화도 못했는데...대사 면담은 곤란"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하기 전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하기 전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정 장관은 이날 외교부를 찾은 아이보시 대사를 별도로 대면하지 않았다. 대신 최종건 1차관이 아이보시 대사와 상견례를 겸한 면담을 가졌다. 외교부는 정 장관이 아이보시 대사를 이날 직접 만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간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이날 최 차관 면담으로 마무리한 것은 강창일 대사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22일 도쿄에 부임한 강 대사는 한 달 넘도록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남관표 전 대사가 부임 4일 만에 고노 다로 외무장관을 면담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 장관이 취임 뒤 보름이 넘도록 모테기 외무장관과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다. 강경화 전 장관의 경우, 취임 뒤 첫 통화 상대가 일본 외무장관이었고, 박근혜 정부 당시 윤병세 전 장관도 취임 사흘 만에 일본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그만큼 일본 내 한일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한일 외교 수장 간 통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사를 먼저 만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아이보시-최종건 면담서 과거사 이견만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최 차관과 아이보시 대사 간 면담은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이뤄졌지만, 과거사 문제에선 이견만 확인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강제동원·위안부 판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해법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최 차관은 "양국 간 여러 현안을 연계하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과거사 문제와 한일 간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에 따라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면담을 마친 아이보시 대사는 기자들과 잠시 만나 한국말로 "도미타 대사 후임자로 이번에 주한일본대사를 맡게 된 아이보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늘은 신임장 카피(사본)를 전달했고 간단하게 인사했다. 아마 나중에 적절한 자리에서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텐데 오늘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났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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