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유명인 성폭력 사건에 발칵 뒤집힌 美

입력
2021.02.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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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대표팀 감독 성폭행 기소되자 극단적 선택
쿠오모 뉴욕주지사 보좌관 성희롱으로 탄핵위기

여자체조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존 게더트 전 올림픽국가대표팀 여자체조 감독이 25일 미시간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P 연합뉴스

여자체조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존 게더트 전 올림픽국가대표팀 여자체조 감독이 25일 미시간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P 연합뉴스

유명인이 가해자로 지목된 성폭력 피해 고발이 잇따르면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가해자들이 정치ㆍ스포츠계 명망 인사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미 언론에 따르면 여자체조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존 게더트 전 올림픽국가대표팀 체조감독이 25일(현지시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신은 미시간주(州)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발견됐다. 그는 이날 미시간주 랜싱 인근 이튼카운티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데이나 너셀 미시간주 법무장관은 “비극적인 이야기의 비극적인 종말”이라는 성명을 냈다.

게더트는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미국 여자체조대표팀 감독을 맡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랜싱에서 체조체육관을 운영하며 어린 선수들도 육성했다. 그러나 이 체육관은 참혹한 범죄 현장이었다. 게더트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선수들을 ‘월드 클래스’로 만들어주겠다고 유인한 뒤 신체적ㆍ정신적 학대를 일삼았다. 피해자들은 부상당한 상태에서도 과도한 훈련을 강요받았고 성폭행을 당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ㆍ자해 시도를 한 경우도 있었다. 체조 종목 특성상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 대부분 10대 나이였다.

게더트가 이끄는 대표팀에서 주치의를 맡았던 래리 나사르 전 미시간주립대 체조팀 주치의도 성폭행ㆍ성추행 혐의로 2018년 징역 175년형을 받아 현재 수감돼 있다. 나사르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자는 무려 265명에 달한다. 당시 사건의 여파로 게더트가 저지른 범죄도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게더트 사망 소식에 피해자인 체조선수 사라 클레인은 “말할 수 없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자살은 정의의 심판을 피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좌관으로부터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 AP 연합뉴스

보좌관으로부터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 AP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쿠오모 주지사의 전 보좌관 린지 보일런이다. 지난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쿠오모 주지사의 성희롱을 폭로했던 보일런은 지난 24일 온라인 매체 '미디엄'에 기고를 보내 3년간 당한 피해 사실을 상세히 밝혔다. 보일런은 쿠오모 주지사가 허리와 팔 다리를 만지거나 갑자기 입술에 키스를 하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네가 여기 있는 여자들 중 가장 예쁘다”며 언어적 희롱도 일삼았다. 2017년에는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트립 포커’(옷을 벗기는 포커게임)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보일런은 쿠오모 주지사가 여성 보좌관들을 향한 부적절한 행위로 악명높았고 다른 전직 보좌관 2명으로부터 쿠오모 주지사가 성희롱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뉴욕주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 명성을 높인 ‘스타 정치인’이다. 이례적으로 배우들이 주로 받는 에미상까지 받으며 민주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뉴욕주 요양시설 내 코로나19 사망 수를 일부러 낮춰 발표한 의혹으로 수사받게 된 데 이어 이번 성폭력 사건까지 불거지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역언론을 중심으로 탄핵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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