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가 암살 배후" 발표 임박… 바이든·사우디 국왕 첫 통화

입력
2021.02.26 09:02
수정
2021.02.26 09: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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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카슈끄지 피살에 빈살만 연루 가능성
CIA 작성 보고서 공개되면 관계 경색 불가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왕세자와 자말 카슈끄지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반체제 인사'의 한 장면. AP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왕세자와 자말 카슈끄지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반체제 인사'의 한 장면. AP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라는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임박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했다.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전화 통화에서 두 정상은 먼저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예멘전 종식을 위해 유엔ㆍ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노력, 이란 연계 그룹의 공격 등으로부터 사우디 영토 방어를 돕겠다는 약속 등이 화제에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보편적인 인권 및 법치에 부여한 중요성을 확언하고 양국 관계를 가급적 강력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력하기로 두 지도자가 동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미국과의 강력한 유대, 역내 및 국제사회의 안보ㆍ안정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파트너십 증진의 중요성 및 예멘에서 폭넓은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고 예멘 국민의 안보와 번영을 달성하려는 사우디의 열망을 강조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통화는 미국의 ‘카슈끄지 보고서’의 공개가 목전으로 다가왔다는 신호다. 미 정보당국은 2018년 10월 벌어진 카슈끄지 암살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승인하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작성을 주도한 이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양국 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 국왕 간 첫 통화가 보고서가 공개되기 직전에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정상 통화 전에 이뤄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는 카슈끄지 보고서와 미국의 대응 조치, 향후 양국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 편을 들며 카슈끄지 사건을 덮어 줬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 보고서 공개와 사우디로의 무기 판매 중단 의지를 피력하며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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