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률 1위’ 폐암, 구멍 2개만 뚫는 로봇 수술하면 상처 적고 회복 빨라

입력
2021.03.02 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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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은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고약한' 암이지만 로봇 수술 등 수술 기법이 날로 발전해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은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고약한' 암이지만 로봇 수술 등 수술 기법이 날로 발전해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80대 최모씨는 최근 건강검진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암이 발견돼 조직 검사를 받은 결과, 폐암 1기 진단을 받았다. 고령의 나이라 개흉(開胸) 수술이 부담돼 로봇 수술로 암이 생긴 폐 왼쪽 아래를 잘라냈다. 가슴을 열고 갈비뼈를 부러뜨려 하던 개흉 수술과 달리 이씨 몸에는 로봇 팔과 로봇용 내시경을 몸속에 넣기 위해 뚫었던 구멍 2개의 상처만 남았고 특별한 후유증 없이 퇴원했다.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은 정교한 수술이 중요하기에 최씨의 경우 로봇 수술이 많아지고 있다. 싱글 포트 흉강경 수술(single port thoracoscopic surgery)보다 로봇 수술은 영상을 10배 확대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이용해 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로봇 폐암 수술은 4개의 구멍을 냈지만 2개의 구멍만 뚫어 시행하는 로봇 폐암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폐암 로봇 수술 전문가’인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2019년에 국내 최다 폐암 로봇 수술 건수(70여건)를 기록했으며, 앞서 2017년 아시아 최초로 로봇 수술기만으로 폐암 수술에 성공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구멍 2개만으로 폐암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구멍 한 개만 뚫는 싱글 포트 흉강경 수술에도 성공했다. 연구에도 힘써 암 표적 형광 물질 및 수술용 형광 영상 시스템을 이용한 폐암세포와 정상 조직을 구분해 폐암만 최소 절제하는 수술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폐암 로봇 수술 시 가슴에 구멍 2개만 내고 진행하는데.

“폐암 절제를 위한 로봇 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구멍 4개를 내고 이뤄지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가슴에 구멍 2개만 내고 진행한다. 이 때문에 상처가 적어 환자 회복도 빠르고 흉터가 작아 환자 만족도도 높다. 폐암 절제술에 로봇 수술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이전에는 초기든 고령이든 가슴을 열고 갈비뼈를 부러뜨려 폐암 절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환자의 통증과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이 심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지름 2.5~4㎝ 정도의 구멍 하나만 뚫는 싱글 포트 흉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 등으로 환자 상처를 줄이는 최소침습적 수술을 하고 있다. 싱글 포트 흉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은 상처 부위가 최소화돼 수술 위험도가 줄고 회복이 빨라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입원 기간은 1~2일 줄고, 수술 통증과 이상 감각도 감소된다. 미용적으로도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국내 폐암 로봇 수술이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데.

“기존 폐암 로봇 수술은 수술 도중 폐혈관ㆍ기관지 같은 중요 부분의 절제 및 봉합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로봇 수술을 할 때 흉강경용 수술 기구를 이용해 집도해야 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려고 최신 특수 장비를 이용한 로봇 수술로 폐 조직 박리뿐만 아니라 폐혈관ㆍ기관지 절제까지 단번에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더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폐암 수술에서 폐혈관ㆍ기관지 절제는 수술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존 로봇 수술기로는 이 부위를 절제하기 어려워 수술 도중 로봇 수술을 중단하고 직접 흉강경을 이용해 잘라내야 했다. 하지만 수술용 로봇 다빈치 Xi에 장착된 로봇용 자동 봉합기 ‘엔도리스트(EndoWrist)’를 이용하면 폐혈관ㆍ기관지 절제와 봉합이 가능해져 좀 더 정교하고 안정적인 로봇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폐암 최소 침습 수술을 위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폐암세포만 잘라내기 위해 잉크를 주입해 폐암과 정상 조직을 빛으로 구분할 수 있는 나노 형광물질과 이를 통한 ‘형광 영상 유도 수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조영제로 쓰는 ‘인도시아닌그린’을 암 주위에 주입하면 정상 세포는 녹색으로 염색되고 암세포는 되지 않는다. 이를 수술실에서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면 녹색을 띠는 정상 조직과 그렇지 않은 암을 눈으로 구분할 수 있어 암 제거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적의 암 수술 범위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나노 물질을 이용한 국소 및 흡입 항암 치료제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형광물질을 이용해 폐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정확히 구분해 내는 기술을 개발해 유럽흉부외과학회에서 ‘그릴로’상을 수상하는 등 폐암 수술과 항암 치료법 등 다각도의 최첨단 치료법 개발과 전수에 앞장서고 있다.”

-피 한 방울로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데.

“제가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나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혈액 속 암 진단 바이오 마커인 엑소좀(exosome)을 분석해 정상 세포와 폐암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분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조기 발견이 어려웠던 폐암 1기 환자도 피 한 방울로 30분 만에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으로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폐암은 대부분 치료하기 어려운 3기 이상에서 발견돼 사망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초기(1~2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폐암을 진단하기 위한 기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은 몸속 깊숙한 종양 세포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 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는 CT 검사를 시행하기 전에 혈액검사로 폐암 가능성이 있는 군을 미리 선별해 필요할 때에만 CT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폐암 1기 환자도 비교적 정확히 판별해 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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