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합성으로 돌아온 '톰과 제리', 2021년에도 통할까?

입력
2021.02.24 14:12
수정
2021.02.24 14: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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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톰과 제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톰과 제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940년 태어나 올해로 여든한살이 된 ‘원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톰과 제리가 돌아왔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1992년 ‘톰과 제리’ 이후 29년 만이다. 이번엔 현실 배경에 2차원 그림이 덧입혀진 합성 영화다. 프랭크 시내트라와 진 켈리 주연의 ‘닻을 올리고’(1945)를 비롯해 톰과 제리가 실사 영화에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실사 영화는 24일 국내 개봉한 ‘톰과 제리’가 최초다.

영화에서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가 난리법석 소동을 펼칠 무대는 미국 뉴욕의 특급 호텔. 유명 스타 커플 벤과 프리타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니 난장판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남의 이력서를 도용해 호텔에 임시직으로 취직할 정도로 심상찮은 인물인 케일라(클로이 모레츠)가 두 장난꾸러기의 난동에 가세한다. 코끼리까지 동원해 거창한 결혼식을 연출하려 하는 벤의 욕심이 더해지며 소동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톰과 제리의 장난스런 난투극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후 전개를 예상하긴 어렵지 않다.

‘톰과 제리’는 원래 별다른 플롯이나 대사 없이 톰과 제리의 쫓고 쫓기는 슬랩스틱 난타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초기에도 주로 10분 안팎의 단편으로 제작됐고 TV 시리즈 역시 비슷한 분량으로 만들어지거나 여러 짧은 에피소드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방송됐다. 당연히 제작진의 숙제는 톰과 제리의 우당탕탕 추격전을 연결시켜줄 긴 플롯을 짜고 그 속에서 움직일 재미있는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코미디로서 '톰과 제리'는 대체로 무난하다. 그러나 스타 커플의 결혼식을 중심으로 한 플롯은 다소 심심하고 단조롭다. 클로이 모리츠의 발랄한 코미디 연기가 두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제법 어울리긴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도드라지지 않는 편이다. 어린이와 함께 보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굳이 1시간 40분짜리로 늘릴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적잖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톰과 제리’는 즐길 만한 부분 역시 많은 영화다. 터무니없고 엉뚱한 톰과 제리의 오버액션 코미디는 여전히 활기와 재치, 리듬감으로 넘치고, 불독 스파이크나 금붕어 골디, 코끼리와 비둘기 등 조연 동물 캐릭터들도 영화에 감칠맛을 더한다. 실사와의 조화도 나쁘지 않다. 특히 실제 배우들과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뒤섞여 벌이는 액션 연출이나 대도시의 복잡한 도로를 배경으로 한 톰과 제리의 소동은 노스탤지어와 함께 이전의 ‘톰과 제리’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자극을 준다.

영화 '톰과 제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톰과 제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최고 장점은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는 점일 것이다. 천하의 앙숙이지만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인 둘의 관계는 ‘톰과 제리’가 80년 이상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 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팀 스토리 감독은 “톰과 제리는 형제 간의 애증처럼 상징적인 캐릭터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초월해 오래도록 사랑받는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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