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못 구해 난리인데…삼성, 안 나서는 이유 3가지

입력
2021.02.23 22:00

한국GM 부평공장이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기로 한 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건물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를 맞아 "제발 공급을 늘려달라"는 완성차 업체의 아우성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선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의 구원 등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뛰어들 역량은 충분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감수할 만큼 삼성이 얻을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 주가 고공행진

23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세계 1~3위인 인피니언(독일·12.2%), NXP(네덜란드·16.7%), 르네사스(일본·16.3%) 주가는 모두 올 들어(1월2~2월22일) 10% 넘게 올랐다. 완성차 업체의 러브콜이 쇄도 중인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대만)도 22%나 뛰었다.

반면 아직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이 1.4%에 그친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은 한참 후발주자이다 보니 자동차 칩 공급 부족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각물_최근 반도체 회사별 주가 상승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지금이라도 이 시장에 뛰어들 순 없는 걸까. D램이나 파운드리 시장과 달리, 차 반도체 시장은 업계 1위(인피니언) 점유율이 13%에 불과해 일견 진입 장벽이 낮아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은 크게 3가지 이유에서 당장 차 반도체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①높은 기술 진입장벽

지난해 10월 일본 AKM 반도체 공장에 불이 났을 때 일본 차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장 대체 생산할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화 반도체는 공정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도가 있다고 해서 다른 파운드리에서 대체 생산하기 어렵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이 일부 자동차 칩을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긴 해도 자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는 직접 생산하는 이유다.

인피니언의 차랭용 MCU


②시장이 작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량생산이 가능한 D램과 달리 자동차 칩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종류가 수십가지인데, 이 모든 걸 한 회사가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고, 분야별로 업계 상위권이 다 제각각인 이유다. 삼성이 어느 한 분야를 비집고 들어간다 해도 실익이 작다.

시각물_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가령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이라 불리는 MCU 시장은 이미 NXP와 르네사스가 각각 30%씩 차지하고 있다. 전체 자동차 칩 시장에서 MUC 비중은 30%로 가장 크지만 삼성이 막대한 투자로 뛰어들 만큼 시장성이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MUC를 만든다 해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후발주자인 삼성 반도체를 채택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것도 실익이 크지 않다. 이미 다른 반도체 주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수익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더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 칩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일시적 수급난 성격도 짙어 삼성으로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자동차 칩 공장(8인치)을 증설할 유인도 없다.

③천문학적인 리콜 부담

자동차는 한번 부품 이상으로 리콜이 시작되면 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점도 리스크다. 대형 차 사고라도 터지면 리콜 비용은 물론 평판 타격으로 추가 수주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성이 인수합병(M&A)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시각물_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규모 변화

삼성 역시 최근 대대적인 M&A를 공식화했다. 다만 세계 각국이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며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지키기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라 삼성의 차량용 반도체 회사 인수 역시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의 퀄컴이 NXP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중국의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수포로 돌아갔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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