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 "'미나리'는 다른 배우라도 추천해주고 싶던 영화"

입력
2021.02.23 16:30

한예리는 "윤여정 선생님이 성형수술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제가 제 외모에 만족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제 얼굴을 좋아하고 필요하신 분들이 잘 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가 화제다. 출연 배우 윤여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북미에서만 연기상을 26개나 받았다. 주연 배우 한예리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여러 영화상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가 부른 노래 ‘레인 송(Rain Song)’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올랐다. 다음 달 3일 개봉을 앞두고 한예리를 23일 오전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미나리’와의 인연을 차분한 어조로 전했다.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이민 1세대 모니카를 연기했다. 서울에서 자란 모니카는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함께 이민 온 미국 아칸소주에 착근하려 애쓴다. 카라반에 살며 병아리 감별 일을 하는 동시에 농장 운영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에 젖은 남편을 돕는다. 육아에 힘을 보태려 온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와, 현실보다 꿈을 우선하는 남편,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물이다.

한예리에게 ‘미나리’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초벌 번역본으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어떤 영화인지, 모니카가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재미동포 정이삭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감독님이 워낙 좋은 사람인데다, 한국 여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 마음을 뺏겼다. “다음 출연 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출연하고 싶었다. “일정이 안 맞는다면 다른 좋은 배우라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영화가 되리라 생각하며 연기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작은 영화라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으리라 여겼고 감독님이 잘 되길 바라며 협조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별 고민 없이 선택한 영화지만 막상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어떻게 연기하지’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한예리는 “촬영장에서 차분하고 솔직하게 일하시는 윤여정 선생님을 보며 반성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다”며 “겁부터 먹었던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촬영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밥 먹고 빨래하고 촬영하는” 바쁜 일상이 반복됐다. 마지막 촬영 일에는 20개 가량 장면을 한꺼번에 찍었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벅찬 일정이었다. 더위와의 싸움이 가장 힘겨웠다. 한예리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7,8월에 촬영했는데 평균 온도가 40도 가량 됐고, 카라반 안은 43도까지 올라가 배우와 스태프들이 얼굴이 벌개질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한예리는 미국 아칸소주에서 정착하려는 한국인 이민 가정의 여인 모니카를 연기했다. 판시네마 제공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엄마 모니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예리는 "모니카와 70% 정도 닮았다"고 했다. 판시네마 제공


‘미나리’는 지금까지 일군 성과만으로도 눈부시다. 첫 공개된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간) 열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오스카의 바로미터라고 평가 받는 미국배우조합(SAG)상에는 작품상격인 캐스트(앙상블)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후보에 포함됐다. 4월 25일 개최될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등 주요 부문 후보로 유력하다. 기세로만 보면 ‘미나리’는 지난해 ‘기생충’ 못지 않다.

한예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을 때 서로 껴안고 울며 뜨거운 느낌을 주고 받았다”면서도 “지금도 좋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쁘고 감사하기는 한데 담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부른 노래가 오스카 예비후보에 포함된 건 “쑥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감독이 음악을 들려줬을 때 너무 아름다워 뭐든 하고 싶었는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 선뜻 받아들였다”고 했다. “(유명 팝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랑 경쟁하게 됐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고도 했다.

첫 할리우드 영화로 큰 성과를 내고 있으니 욕심이 날만도 하다. 하지만 한예리는 “할리우드 진출 같은 거창한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이게 마지막 (미국 영화)일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나리’를 통해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와 협업할 기회가 더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저보다는 감독님과 윤여정 선생님에게 오스카에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예리에게는 트로피와는 무관하게 ‘미나리’가 이미 특별하고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연기 이력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영화이면서 인생에서도 제일 좋은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에요. 또 이런 행운이 제게 온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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