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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여성이 필요합니다

입력
2021.02.11 00:00
31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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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오늘은 세계여성과학기술인의 날이다. 2015년 유엔에서 제정했고,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은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분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편향성과 차별이 존재한다. '과학적'이라는 의심하기 어려운 장벽 때문에 드러내기가 더 어렵다. 엄격히 중립적인 것 같은 과학기술의 남성중심성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젠더 혁신’이란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돼 왔다.

젠더 혁신은 데이터의 성별 편향성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신약 연구에서 동물 수컷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여성에게 부작용이 많은 의약품이 생산된 적이 있다는 FDA 조사 결과가 있다. 자동차도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개발되어 여성운전자에게는 더 불편하고 위험하다.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은 AI 챗봇 ‘이루다’도 성차별적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였다.

과학기술이나 수학은 여성과 어울리지 않거나, 여성성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은 강력했다.

네플릭스 화제작 ‘퀸스 갬빗’ 은 수학 천재 소녀가 체스 챔피온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소녀가 선물받은 인형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장면이 있다. 체스 천재는 인형과 함께 세상의 편견을 버린 것이다.

뛰어난 여성과학자들의 수난사는 노벨 과학상의 역사에도 담겼다. 최초의 노벨물리학 수상자는 1903년 남편 피에르 퀴리와 공동 수상한 마리 퀴리다. 1911년 노벨화학상도 수상해 노벨상 2관왕이 됐다. 그의 딸 이렌 졸리오 퀴리도 1937년 남편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아 노벨상 패밀리를 이뤘다.

‘DNA의 다크 레이디’라 불리는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DNA의 나선형 구조를 밝히는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37세에 요절해 노벨상 수상자가 되지 못했다. 공동 연구자들이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노벨물리학상은 지금까지 총 216명 수상자 중 여성은 총 4명뿐이다. 노벨 .과학상 전체 수상자 624명 중 여성은 23명, 이중 12명이 2000년 이후에 배출됐다. 2020년 3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우리나라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도 매년 수상 유력후보로 꼽힌다.

뛰어난 여성과학자들은 당대의 편견과 맞서며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들이었다. 또 새로운 것을 향한 지적 호기심과 집념이 대단했다. 여성과학인의 존재 자체가 그 시대의 혁명이었다. 여학생의 대학 입학이 금지된 시대에 폴란드 여성 마리 퀴리는 프랑스로 갔고 영국 여성 로잘린드 프랭클린 역시 여학생을 받아주는 대학을 찾아갔다. 두 여성 모두 ‘실력은 뛰어나지만 성질이 나쁘고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분고분하지 않아 연구실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사생활을 수군대는 소문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괘념치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여성과학인들인 과학을 금기시 하는 세상 편견이 두려워 타협하고 포기했다면 지금과 같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혜택 또한 없었을 것이다.

마침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는 세계여성과학인의 날을 기념하는 응원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세상은 과학이 필요하고, 과학은 여성이 필요하다’ 가 캠페인 슬로건이다. 누구나 WISET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지금은 더 많은 여성과학인이 필요하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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