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첫 출전 ‘한국계 민족학교’를 응원합시다

입력
2021.02.11 04:30

일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다. 교토한국학교를 뿌리로 둔 이 학교는 올 봄 외국계 학교로는 처음으로 선발고교야구대회에 진출했다. 교토국제고 제공


일본에는 한국계 민족학교가 모두 4개 있다. 도쿄에 있는 도쿄한국학교 외에, 3개 학교가 오사카 총영사관 관할지역인 오사카와 교토에 있다. 오사카에 백두학원 건국학교와 금강학원 금강학교가 있고, 교토에 교토국제학원 교토국제학교가 있다.

간사이 지역에는 식민지시대부터 재일동포들이 많이 몰려 살고 있다. 지금도 40여만명에 이르는 재일동포의 3분의 1 정도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해방 이후부터 자녀들에게 한국말과 한국역사를 가르치려는 재일동포의 민족교육 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도 이곳이다. 지금도 민족학교와 민족학급을 중심으로 차세대 동포들에게 한국의 혼과 멋을 심어주는 민족교육이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간사이 지역의 세 한국계 민족학교도 해방 직후의 이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이들 민족학교는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일본 속의 한국’을 지키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최근에는 K-POP 등 한국문화에 열광한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입학하면서, 한일 문화교류 및 우호 증진의 발신지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간사이 지역의 세 민족학교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고 막내 격인 교토국제학교가 이번에 ‘큰일’을 해냈다. 올해 93회를 맞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센바쓰, 봄 고시엔) 역사에서 해방 뒤 외국계 학교로서 최초로 출전하는 기록을 세웠다. 봄 고시엔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32개 학교가 출전해 실력을 겨룬다. 일본 전국에 고교 야구팀이 무려 4300여개나 되니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더구나 교토국제고는 야구부원 40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131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이다. 이런 점만으로도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출전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교토국제고의 출전은 재일동포사회의 사기 진작과 한일 우호 증진에도 좋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1947년 개교 이래 불려온 ‘한글 교가’가 일본 전역에 'NHK' 생중계를 통해 흘러나갈 때 그동안 이국땅에서 수난의 역사를 견뎌온 재일동포들이 느낄 감동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3월 19일부터 시작되는 대회를 앞두고 민단을 비롯한 재일동포 사회는 벌써부터 물심양면의 지원과 응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학교 야구팀 선수들은 모두 일본 국적이다. 하지만 한국 뿌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일본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많은 학교의 재학생 구성까지 포함해, 교토국제고 야구팀은 ‘한일 혼성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 구장에서 이들 선수들이 펼칠 일거수일투족은 한일 우호의 강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걸음을 뗄 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열렬하게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오태규 주오사카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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