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정되면 '한국 대규모 투자단' 베트남에 뜬다

입력
2021.02.11 04:30
수정
2021.02.11 14:32
23면

<18> 향후 5년 달라질 한-베트남 관계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방역 구호복을 입은 한국 기업인들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번돈 공항에 특별입국한 뒤 격리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조만간 14일 미만으로 단기 입국하는 한국 기업인들에 한해 격리 면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교민 제공

방역 구호복을 입은 한국 기업인들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번돈 공항에 특별입국한 뒤 격리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조만간 14일 미만으로 단기 입국하는 한국 기업인들에 한해 격리 면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교민 제공

불안함이 여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속에서 베트남의 향후 5년을 책임질 새 정부가 닻을 올렸다. 제13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를 통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베트남호는 기존 지도부에 뱃머리를 맡기며 위기를 헤쳐나가기로 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 현 지도부와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제2의 경제영토’를 더욱 확장할 호기를 맞게 됐다.

베트남, '한국형 성장' 유지하기로

레호아쭝(앞줄 왼쪽)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빈푹성에서 현지 한국기업인들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열고 있다. 빈푹성=정재호 특파원

레호아쭝(앞줄 왼쪽)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빈푹성에서 현지 한국기업인들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열고 있다. 빈푹성=정재호 특파원

앞으로 5년간 한-베트남 관계는 새 정부의 ‘필요’와 한국의 ‘위기’가 절묘하게 조합된 형태로 유지ㆍ발전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베트남은 경제강국에 오른 한국의 고속성장 모델을 습득하기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무던히 노력했다. 이들은 막대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삼성, LG 등 대기업을 비롯해 주요 공산품 생산 라인을 자국에 유치했고, 자국 노동자 재교육과 기술 이전 조건도 빼먹지 않았다.

이런 모든 과정은 13차 당대회에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베트남의 1인자 응우옌푸쫑 서기장 임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그는 이번 당대회 폐막식에서도 ‘순환경제론’을 내세우며 한국이 부동의 1위인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국내 산업의 연계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공식석상에서 콕 집어 말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베트남에 여전히 매력적인 국가라는 의미다.

권력 정체 등 베트남 내부 문제와 별개로 지도부 유임은 한국에 나쁜 결과가 아니다. 가뜩이나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을 겪으면서 입지가 쪼그라든 터라 기술 공생을 보다 진전시킬 경우 베트남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분명하다. 현지 정부와 공동사업을 다수 진행한 한 한국 기업인은 “지나치게 고도화된 일본은 따라잡기에 너무 멀리 갔고, 저품질의 중국은 베트남도 은연 중에 무시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간이 절실한 한국과 기술이 절박한 베트남의 협력은 서로에게 ‘윈-윈’ 게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발 조짐도 좋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새 정부 출범 초부터 속속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그간 지방정부의 협조 부족으로 미적대던 태도에서 벗어나 최근 단기출장자를 상대로 한 ‘한국기업인 14일 미만 무격리 입국’ 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첫 입국 날짜는 내달 3일로 잡혔다.

대한상공회의소(KCCI)가 주관하는 ‘한국 대기업 투자사업단’도 금명간 베트남에 들어온다. 현지 정부 입장에선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한국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각종 사업계획 지속 여부를 타진할 절호의 기회다. 방문 성과에 따라 향후 정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변수는 지난달 말부터 베트남에 확산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라면서도 “각 성(省)과 중앙정부 최종 결재권자가 모두 허가한 사안이라 변이 코로나만 진정되면 양국의 하늘 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은 두 대형 교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음 단계로 정기 항공편을 복원한 뒤 민간 교류를 정상화하는 논의도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장기 성장 계획도 한국에 호재

1일 종료된 베트남 제13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장 전경.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1일 종료된 베트남 제13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장 전경.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새 정부가 당대회에서 5년에 국한하지 않은 중장기 경제성장 계획을 발표한 것도 한국에 호재다.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을 7%대로 유지해 GDP 5,000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부실 국영기업 민영화, 고부가가치 FDI 유치 등 세부 기조도 가닥이 잡혔다. 또 세계적인 친(親)환경 흐름을 감안해 낙후 기술이나 환경오염 위험이 있는 투자 및 생산시설 확충은 철저히 배제된다. 베트남 공산당 산업 분야 책임자는 “현재 최대 산업 동력인 중공업 중심의 제조업이 GDP의 25%를, 미래 먹을거리가 될 디지털산업이 20%를 차지하도록 구조를 재편할 예정”이라며 “목표가 실현되면 베트남은 2045년쯤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의 야망을 접한 한국 기업들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시대 들어 증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브라운필드 투자(현지기업 인수 및 지분 확보)’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주요 타깃은 발전 가능성은 높지만 재무건정성이 취약한 현지 은행들과 중소형 국영기업이 될 확률이 높다. 고부가가치 FDI 역시 전자, 자동차, 화학 등에 강점을 가진 한국의 주무기다.

유념해야 할 사항도 물론 있다. 북부 박닌성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한 한국인 법인장은 “지난해 말부터 베트남 당국이 폐기물 처리와 공기 오염을 정밀하게 단속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대충 넘어갈 줄 알았다간 사업 승인 취소나 신규 투자 불허 등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당국과 한국기업인들이 행정 절차 개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지난해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당국과 한국기업인들이 행정 절차 개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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