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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헹' 떠난 지 두 달도 안 돼 캄보디아 노동자 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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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캄보디아인 노동자 1명이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작년 말 경기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서 숨진 캄보디아인 누온 속헹씨의 죽음에 이은 것으로,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ㆍ노동환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불교센터 린사로 스님은 7일 "며칠 전 캄보디아 남성 이주노동자가 사망해 6일 화장했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경찰서도 이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린사로 스님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법련사에서 열린 '고(故) 속헹 이주노동자 49재 및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천도재'에 참석했다. 그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돼 너무 안타깝다"며 한국일보에 A씨 사망 소식을 공개했다.
여주경찰서와 린사로 스님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새벽 여주의 한 농장 숙소에서 A(32)씨가 숨졌다. A씨 시신은 날이 밝았는데도 인기척이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 발견했다. 숙소는 비닐하우스 내부의 플라스틱 패널로 된 건물이었다.
A씨가 동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주경찰서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방 안쪽이 따뜻했고, 타살 흔적이나 극단적 선택 정황도 없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일단 저체온사(동사)는 아니라는 구두 소견을 냈다.
숨진 A씨와 함께 일한 다른 캄보디아 노동자 B씨도 본보 통화에서 "난방엔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A씨가 평소 건강했고 죽기 전날까지 이상한 점이 없었다"며 "그의 죽음이 실감이 안 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한국에 들어왔으며 캄보디아에 아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0일 캄보디아인 속헹씨가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숨진 바 있다.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이지만, 그가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날 법련사에서 진행된 속헹씨 49재와 천도재에는 캄보디아 노동자 10여명도 참석해 속헹씨를 추모했다. 떠나는 속헹씨를 위해 그의 생전 사진과 애플망고·파파야 등 열대과일, 캄보디아 전통 떡 '놈안솜' 등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선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과 법적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린사로 스님은 "작년 한 해 캄보디아 노동자 19명이 사망했다. 그들은 가족과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청춘을 버린 채 이 먼 곳까지 왔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며 "이주노동자들을 노동력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의 인권과 인격, 희생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에서 죽어야만 관심받는 존재가 됐다"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해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비극이 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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