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재명은 홍남기 맹공, 이낙연은 방어... 與 3룡의 셈법은

입력
2021.01.24 18:00
수정
2021.01.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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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왼쪽부터)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왼쪽부터)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지원책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를 대하는 '여권 3룡'의 태도가 묘하게 다르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홍 부총리를 이들의 맹공으로부터 일단 방어하면서 '어르고 달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기재부 직접 공격하는 정세균·이재명

여권 대선주자 3인이 기재부를 상대로 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각자의 '브랜드'처럼 내세운 코로나19 지원 정책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총리가 적극적인 '손실보상제'와 이 지사의 브랜드나 다름 없는 '재난지원금 보편지원' 정책은 재정의 적극적 뒷받침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당장 막대한 재정을 쓰지 않고 민간 중심으로 상생하자는 내용이라는 차이가 있다.

자영업자 등에 대한 '손실보상제' 도입에 적극적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이에 소극적인 기재부에 직접적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미스터 스마일’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이미지 전환에 나선 것이다. 정 총리는 20일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손실보상제에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난색을 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했다. 다음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기재부에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브랜드 정책인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난색을 표해온 기재부를 향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이다 발언’을 통해 반사효과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냐”며 기재부 논리를 콕 집어 비판했다. 그는 “전 세계가 확장재정정책에 나서는데 재정건전성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를 내세우며 소비 지원, 가계소득 지원을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고 적었다. 24일에도 기재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광역버스 예산 부담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재부의 예산권 독점이 문제다보니 총리까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책할 지경이 됐다”며 재차 기재부를 비판했다.

"독하게 얘기해야만 선명한 것인가"...우회 압박 나선 이낙연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화상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화상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반면 이 대표는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자신을 보좌했던 홍 부총리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3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기재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뭐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당정 간 얘기하면 될 일이지 언론 앞에서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말했다. 정 총리와 이 지사에게 기재부 공개 비판을 자제하라는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에 반사이익을 냈던 기업 등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상생하자는 정책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정치적 계산을 하며 외부에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키운다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부에는 당정 간 이견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애기다. 이 대표는 23일 “상처를 회복하며 미래로 도약하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재부를 은근히 압박했다. 22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를 불러 협력이익공유제 구체화 아이디어를 채근했다. 모두 비공개 자리였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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