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부추기는 1년 시장 후보들의 공약

입력
2021.01.23 04:30
23면
[저작권 한국일보] 올림픽대로 전경. 20040924.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올림픽대로 전경. 20040924. 류효진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연일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 후보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하거나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해 공공주택 16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야당 후보들은 재건축 심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고 용적률과 층고 제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1위 후보는 국철과 전철을 지하화하는 등 주택 74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니 뉴타운 개발과 강남·북 고속도로 건설 공약까지 나왔다.

1,000만 서울시민들이 집값 폭등과 전세대란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며 부동산 해법을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 공약은 실현 가능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지금 공약들은 허황될 뿐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적잖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번 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돼도 임기는 2022년 6월30일까지 고작 1년 2개월여 정도다. 이런 단기간에 ‘빵’도 아닌 주택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도 공급책이 넘쳐난다. 주요 간선 도로 위에 아파트를 짓는 공약은 공학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 비용과 효과가 정확하게 계산됐는지도 의문이며, 관련 예산과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할지도 불확실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공약 남발이 지역 민원 사업과 맞물려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하철 지상구간 지하화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 등은 선거 때마다 나온 단골 공약이다. 확정되지 않은 사업이 부동산 투기 세력의 불쏘시개로 악용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 상승세는 34주째 이어지고 있다. 25번이나 실패한 대책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이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엉터리 공약은 시민들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합리적이면서 창의적인 공약을 내 놓은 후보를 유권자들은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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