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신 17개국 수출했지만... 농촌서는 검사 대신 링거 맞는다

입력
2021.01.15 16:30
수정
2021.01.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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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개도국 정상 잇따라 中 백신 접종
국내, 방역 열악 농촌 중심 코로나 확산
핵산 검사 대신 링거 맞아...의사 돈벌이
겉으로 화려, 안으로 곪는 中 '봉쇄' 한계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도시가 봉쇄된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전체 주민 대상 2차 핵산 검사를 벌이고 있다. 12일 엄마 손에 이끌려 검사소를 찾은 아이의 입을 억지로 벌리려하자 아이가 통곡하며 울고 있다. 스자좡=EPA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도시가 봉쇄된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전체 주민 대상 2차 핵산 검사를 벌이고 있다. 12일 엄마 손에 이끌려 검사소를 찾은 아이의 입을 억지로 벌리려하자 아이가 통곡하며 울고 있다. 스자좡=EPA 연합뉴스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한 국가가 17개국을 넘어섰다. 중국은 지난해 74조원 상당 방역물품을 200여개국에 수출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방역에 취약한 농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산되면서 제대로 검사조차 받지 못한 노인들이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겉으로 화려하지만 안으로 곪는 중국의 ‘외화내빈’이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개도국 정상들 앞다퉈 중국 백신 접종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3일 대통령궁에서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첫 시노백 백신 접종자다. 그의 접종 장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3일 대통령궁에서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첫 시노백 백신 접종자다. 그의 접종 장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안전성과 효능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은 호평을 받고 있다. 서구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13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이어 1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국 시노백 코로나19 백신을 공개적으로 접종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이들 국가 외에 필리핀, 요르단, 알제리, 브라질,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최소 17개국이 중국산 백신을 도입해 접종을 시작했거나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백신 굴기(?起ㆍ우뚝 섬)’로 코로나 시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는 중국의 구상이 들어맞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인은 총명해서 중국이 개발한 백신은 미국이나 유럽 백신만큼 안전하다”고 치켜세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인구 적은 농촌지역 노인 중심 코로나 확진 급증

주요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주요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하지만 중국 국내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5일 “전날 하루 중국 내 13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며 “이중 90명은 허베이성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허베이성의 바이러스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서 중국 감염자는 사흘 연속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급기야 8개월 만에 사망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원인은 농촌 마을의 방역 허점이었다. 허베이 확진자 가운데 도심에 거주하는 환자는 10% 안팎에 불과했다. 특히 확진자의 30%가 60세 이상인데다 상당수가 심혈관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인명 피해가 급증할 수도 있다. ‘지역 봉쇄’에 의존하는 중국식 방역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내달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도 주민 이동을 통제할 방침이어서 농촌의 노인들은 더 고립될 우려가 크다. 우하오(吳浩) 중국 국가위건위 전문가는 “시골은 인구밀도가 낮고 면적이 넓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오히려 이들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교활하게’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핵산 검사 대신 링거 맞아…방역 열악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원 비교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원 비교


중국 농촌의 열악한 방역 실태도 속속 드러났다. 허베이성 스자좡의 한 마을에서는 발열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병원을 찾았지만 핵산 검사는커녕 정맥주사요법으로 링거를 맞고 오는데 그쳤다. 의사로서는 처방약보다 링거가 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환자들은 방치됐고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졌다. 허베이 뿐만 아니라 안후이, 저장, 장시 등 지방 곳곳에서도 이런 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의사는 글로벌타임스에 “증상이 가벼운 경우 중앙에 보고하길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발열 환자들을 어떻게 다룰지, 고위험 환자를 어떻게 찾아낼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촌에서 코로나19 검사 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사이, 중국이 지난해 해외로 수출한 진단 키트는 10억800만개에 달한다. 허베이성 보건 당국은 뒤늦게 "코로나 핵산 검사는 80위안(약 1만3,600원), 항체검사는 25위안(약 4,250원)으로 비용을 다시 낮춘다"고 밝혔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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