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아무리 내걸어봐야..." 지방대 60% 정시 미달에 '충격'

입력
2021.01.14 11:00
수정
2021.01.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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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교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2021 대입 정시전형 대비 실시간 화상 특별진학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상담교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2021 대입 정시전형 대비 실시간 화상 특별진학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까지 될 지는 상상도 못했네요. 그래도 우리 지역에서는 탄탄한 대학인데….”

14일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정시 경쟁률이 반토막 날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수년 간 인근 대학 가운데 입학 경쟁률 1위를 차지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올해 정시에서는 줄줄이 '미달'을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정시 미달을 우려한 대학들이 의예과 같은 인기학과 정원 일부를 수시에서 정시로 떼어내 정시 평균 경쟁률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 학교도 이제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돌아서 허탈하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이 공개되면서 지방대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방대의 60% 정도가 ‘사실상 미달’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가 맞물린 결과인데 ‘각오했던 것보다도 심각한 결과’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내놓은 ‘2021학년도 전국 209개 대학 정시경쟁률 분석’을 보면, 전체 정시 경쟁률은 전년보다 대폭 감소한 3.6대 1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소재 대학이 5.1대 1(전년도 5.6대 1), 수도권 소재 대학은 4.8대 1(전년도 5.6대 1), 지방권 소재 대학은 2.7대 1(전년도 3.6대 1)을 기록했다. 세 차례에 걸쳐 정시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3대 1 이하인 대학은 ‘사실상 미달’이라 봐야 한다는 평가다. 전국 124개 지방대 중 경쟁률이 3대1 이하인 학교는 71개(57.3%) 대학에 이른다.

1년 사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기준으로 수험생이 6만명 이상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0학년도 수능까지는 그래도 입학정원에 비해 응시생이 많았지만, 2021학년도 수능부터는 응시생이 입학정원보다 적다. 지방대학 관계자들은 “그래도 지난해에는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른다. 정시 경쟁률이 1대 1조차도 되지 않는 ‘미달 대학’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7개로 대폭 늘었는데, 이중 수도권에 있는 4개 대학은 수십명 단위의 소규모 대학이다.

지방대들은 울상이다. 장학금이다 뭐다 혜택을 잔뜩 내놔도 학생들이 오지 않아서다. 광주 호남대는 합격생 전원에게 55만원 상당 스마트 기기 교환권을 지급하고, 충원으로 합격할 경우에도 20만원 상당의 에어팟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시 경쟁률은 0.77대 1에 그쳤다. 대구대는 정시 최초 합격자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 선언했지만 경쟁률은 1.8대 1에 머물렀다. 부산가톨릭대 역시 합격자 전원에게 1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겠다 했지만 1.47대 1을 기록했다.

지방대들은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다른 지방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면서 장학금 지원 등의 혜택이 별다른 매력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지방대가 지역의 주요 일자리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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