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서 나온 IMF 이후 최악 고용 성적표

입력
2021.01.14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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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업자 22만명 감소...1998년 이후 최악
취약계층과 경제허리 3040? 타격 더 커
정부 일자리 사업으로 고려층 일자리는 증가

11일 오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센터에 실업급여 신규신청 2부제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센터에 실업급여 신규신청 2부제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불어닥친 고용 한파로 지난해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고용 충격은 취약계층과 우리 경제 허리인 30~40대 계층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직접 일자리 사업,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최악의 고용 충격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5년간 취업자 수 증감·고용률

최근 5년간 취업자 수 증감·고용률


경제허리 3040, 취약계층에 더 가혹했던 고용한파

통계청이 13일 공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21만8,000명 줄어든 2,69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127만6,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정부가 취업자 통계를 작성한 뒤로 연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그동안 오일쇼크가 덮친 1984년(-7만6,000명), 카드 대란이 벌어진 2003년(-1만명) 등 단 4차례에 불과했다. 연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이런 최악의 고용 성적표도 정부가 적극적인 노인 일자리 사업을 펼쳤기에 얻을 수 있었다. 실제 30대(-16만5,000명), 40대(-15만8,000명), 20대(-14만6,000명) 취업자 수가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60세 이상 취업자 수만 37만5,000명 증가했다. 노인층을 뺀 15~64세 취업자 감소 수는 45만5,000명에 달한다.

취업자 수 감소 사례

취업자 수 감소 사례


임시, 일용 근로자 등 고용 시장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도 고용 한파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았다.

지난해 임시근로자 취업자 수는 31만3,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198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용근로자 취업자 수 역시 2012년 이후 최악인 10만1,000명 감소를 기록했다.

다른 고용 관련 지표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시휴직자 수는 87만3,000명으로 2019년(44만3,000명)의 두 배에 가깝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이들은 당장은 취업자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이들이 실업자로 전환되거나, 그만큼 신규 채용이 미뤄질 수 있다.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2019년보다 4만5,000명(4.2%) 늘었다. 2000년 관련 통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4.0%)도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1년 새 28만2,000명 증가한 237만4,000명에 달했다. 이들은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상태라 실업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2월에만 63만명 감소...고용한파 당분간 이어질 듯

더 우려되는 것은 최악의 고용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최장시간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의 영향을 받은 지난달에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2만8,000명이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후 고용 충격이 가장 심했던 4월(-47만6,000명)보다도 감소폭이 더 큰 것이다. 2019년 12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51만6,000명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1월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번 달에도 최악 수준의 고용 성적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12월 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숙박·음식업 등의 취업자가 크게 감소했다"며 "1월 통계 조사 시점은 10일부터 16일까지인데 이 조치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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