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들여 일자리 94만개 만들고도 '최악' 고용 성적표 받아든 정부

입력
2021.01.14 04:30
지난해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94만5000명 채용
노인 취업자 증가 이끌었지만 근본 대책으로 한계
"고용 이끌어 줄 산업 키우고 교육에 재정 투입해야"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일자리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취업자가 22만명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직접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이 지난해 고용쇼크의 1차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정부 정책이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다.


예산 2.9조 투입해 일자리 94만개 만들었는데... 취업자는 22만명↓

1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예산 2조8,600억원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총 94만5,000명에게 제공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노인 일자리가 74만개로 약 80% 차지했다.

직접 일자리 사업 효과는 이날 발표된 연간 고용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직접 일자리 수가 2019년 대비 10만개 이상 늘었다는 점, 대부분 3~10개월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가 수만명 늘어나는 효과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 규모를 키우지 않았다면 지난해 취업자 감소 폭이 30만명에 가까웠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저소득층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보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직접 일자리 사업, 지속가능 일자리 창출에 한계"

문제는 직접 일자리의 한계가 명확한 데도 그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나 코로나19 충격이 큰 청년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 보고서'에서 "직접 일자리 사업은 소득보전 기능 외에 지속가능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고, 고용 성과에 있어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전체 노동시장정책 예산에서 직접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31.7%·2010~2017년 평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4%)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들며 "구조조정과 예산 비중의 점진적 축소가 요구된다"고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디지털 업무 전환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 직접 일자리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마저도 올해 취업자가 15만명 증가하는 데 그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 "교육·훈련 강화해야" 정부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마련"

전문가들은 고용 정책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K자형 양극화는 노동 패러다임에도 적용된다"면서 "K자 윗부분에 있는 산업을 지원해 고용 창출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K자 아랫부분에 있는 노동력이 위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는 부랴부랴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공 일자리 확대 등 기존 대책을 되풀이하면서도 △청년 고용 활성화 방안 △여성 일자리 확대 방안 △포스트코로나 시대 직업 전환 지원 방안 등을 올해 1분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일자리 창출의 근간인 기업들이 금년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규제혁신, 투자환경 개선 등 기업의 고용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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