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두 배면, 초등생 온라인 학습 시간도 두배 ... 학습격차 뚜렷

입력
2021.01.1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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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15일서울 한 초등학교 긴급돌봄에 출석한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15일서울 한 초등학교 긴급돌봄에 출석한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 수업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이뤄진 가운데, 집값 높은 지역의 학생일수록 학습시간이 더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교육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13일 독립연구가 이시효씨가 학술지 ‘공간과 사회’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거주환경의 차이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주택 가격 높은 지역 학생일수록 원격수업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지난해 7~8월 경기도 부천시 초등학교 3곳에 다니는 3~6학년생 4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세 학교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 근처 A초등 △30년 된 아파트 단지 근처 B초등 △30년 이상 단독주택 및 빌라 근처 C초등으로 구분된다. 모두 공립학교다. 각 학교 인근 지역의 3.3㎡당 주택시세는 8월 기준 A 초등 1,410만원, B초등 989만원, C초등 710만원이었고 외국인 거주 비율은 각각 0.7%, 3.8%, 13.8%였다. C지역 외국인거주 비율이 높은 이유는 중국인 동포 거주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학교별 학부모의 부는 A초, B초, C초 순으로 높다”고 유추했다.

설문결과 A초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들이는 시간이 일평균 155분인 반면, B초는 127분, C초는 83분에 불과했다. 주택 가격이 2배 많을 때, 해당 지역 거주 학생의 원격수업 시간도 2배가량 많았던 셈이다. 공립 초등학교 원격수업 대부분이 영상 시청, 과제 제시 형식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연구자는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 학생일수록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필요한 온라인 수업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학습시간도 주거환경에 따라 차이가 났다. 코로나19 이후 학습시간 변화에 대해, A초에서는 52.4%가 학습시간이 늘었다고 했지만 B초에서는 같은 비율의 학생들이 줄었다고 답했다. C에서는 72.9%의 학생들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반면 하루 동안 스마트폰·인터넷 게임에 쓰는 평균 시간은 각각 A초 78분, B초 105분, C초 110분으로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학생들의 학습성취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2학년 기초학력진단검사 결과 A학교와 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0%인 반면, C학교는 전년도 3.1%보다 늘어난 5.8%를 기록했다.

논문은 “코로나19 이후 초등교육 정책에 대해 ‘방역만 성공하고 교육은 실패’했다 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계층 간 벌어지는 학력 격차, 낮 시간 아이들의 안전, 저소득층 부모의 자녀 학업에 대한 부담 증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저소득층 학생의 점심 제공 등을 고려한다면 초등교육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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