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완주·요리도 뚝딱" 김세영의 슬기로운 격리생활

입력
2021.01.11 15: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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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LPGA '올해의 선수' 김세영 인터뷰

김세영이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벨에어=AP 연합뉴스

김세영이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벨에어=AP 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생애 첫 ‘올해의 선수’에 오른 김세영(28ㆍ미래에셋)은 최근 3개월 사이 4주를 자가격리로 흘려 보냈다. 미국을 두 차례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잠복기를 홀로 보내야 한 탓이다. 신기하게도 두 차례 귀국길엔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하나씩 남기고 왔다. 지난해 10월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 퀸’이 돼 돌아왔고, 12월엔 꿈에 그리던 올해의 선수가 돼 금의환향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하나씩 해치우고 돌아오니, 지루했던 자가격리 기간도 조금은 여유로웠다. 김세영은 최근 한국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자가격리가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국민으로서 의무이기 때문에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며 “지난해 워낙 특수한 상황이었음에도 대회가 열려 다행이고, 그 상황에서 우승도 두 차례 해 많은 분들께 에너지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돌아봤다. 그는 “안 좋은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며 활약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김세영이 지난달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 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한 뒤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들고 있다. 네이플스=AP 연합뉴스

김세영이 지난달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 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한 뒤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들고 있다. 네이플스=AP 연합뉴스


지난 8일 정오 자가격리가 해제된 그는 “지난해 10월엔 아파트에서 자가격리를 했지만, 이번엔 어프로치 연습이라도 하고 싶어 마당이 경기 양평군에 있는 별장을 택했는데 눈도 많이 쌓이고 날씨도 너무 추워 거의 못했다”고 했다. 대신 집 안에 로잉머신을 마련해 체력을 유지하고, 그간 보고 싶었던 책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고독함을 견뎌냈단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끝까지 봤다는 그는 “이지아는 돌아올 것”이라며 전망도 내 놓았다.

숙소가 배달음식도 닿지 않는 곳이라 요리 솜씨도 늘었다. 그는 “부모님이 전해 준 음식도 좋지만, 이번엔 ‘부모님보다 덜 바쁜’ 내가 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자신 있는 음식을 묻자 카레, 스테이크, 미역국 등을 읊었다. 만들기 쉬운 음식들 아니냐고 하자 “나름대로 어려운 음식들이다. 다른 양식도 잘 만든다”며 웃었다. 다만 자가격리 기간 늘어난 체중을 덜어내기 위해 1월 한 달은 ‘폭풍운동’을 각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 극복 희망 캠페인에 참여한 김세영. 김세영 인스타그램

지난해 5월 코로나19 극복 희망 캠페인에 참여한 김세영. 김세영 인스타그램


김세영이 가장 먼저 꼽은 새해 소망은 ‘일상 회복’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8월 아칸소 챔피언십부터 남은 시즌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고통이 하루빨리 끝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세영은 “회사 생활을 하는 또래 친구나 연습장을 운영하는 동료들 얘기를 접하면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이들 얘기가 크게 와 닿았다”며 “체육시설은 물론 카페도 문을 열지 못하는 이 시기가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동계훈련을 마치고 새 시즌에 돌입하는 그가 다음 귀국길엔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돌아올 지도 관심사다. 그는 “국민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좋은 활약으로 더 큰 힘이 되고 싶다”며 “도쿄올림픽은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준비하고, 나가게 된다면 많은 국민과 어린 선수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계랭킹 1위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라며 “올해가 더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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