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세터' 하효림의 날갯짓... "역발상이 좋은 결과 가져왔어요"

입력
2021.01.10 14:34
22면

인삼공사 세터 하효림이 10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기업은행전에서 세트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인삼공사 세터 하효림이 10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기업은행전에서 세트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여자배구 인삼공사 ‘백업 세터’ 하효림(23)이 팀의 3연패 탈출은 물론, 주포 디우프의 공격력도 끌어올리며 팀 분위기를 살렸다.

인삼공사는 9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3-0(25-22 25-22 25-17)으로 완승했다. 3연패에서 탈출한 인삼공사는 시즌 7승 11패(승점 23)로 4위로 올라섰다. 물론 디우프의 득점력이 좋았지만, 그보단 주전 세터 염혜선 대신 나선 하효림의 경기 운영력이 돋보였다. 하효림은 올 시즌 처음 주전으로 출전했다.

하효림은 10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경기 직전 선발 선수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주전인 걸 알았다. 너무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영택) 감독님이 3연패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어 주문한 것으로 생각했다. 꼭 이기야 한다는 부담 보단 코트에서 분위기만 바꿔 놓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나왔다”며 웃었다. 경기 후 하효림은 ‘수훈 선수’로 선정됐는데 이 역시 데뷔 이후 처음이었다.

주전 세터 염혜선의 믿음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효림은 “경기 전 (염)혜선 언니가 ‘네가 흔들리면 내가 준비돼 있다. 부담 갖지 말고 자신감 있게 뛰어라’라고 응원해줬다”고 했다.

팀 승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최근 부진했던 팀의 주포 디우프의 공격력이 살아난 점이 고무적이었다. 디우프는 지난 1일 현대건설 전에서 공격성공률 32.4%, 5일 도로공사전에서 38.5%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은 성공률 47.1%에 공격 점유율도 52.04%까지 끌어올리며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하효림은 “보통 경기 초반엔 국내 선수들을, 후반 결정적인 상황이 이어질수록 외국인 선수를 많이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하지만 나는 이 공식을 역으로 이용해 봤는데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디우프의 공격 점유율은 1세트(58.1%)와 2세트(62.5%)에 높았지만 3세트엔 37.1%까지 떨어졌다.

하효림은 이날 함께 라이트로 선발 출전한 이예솔과 ‘세트’다. 지난해부터 전략 포지션 상 두 선수가 함께 코트에 투입되거나 함께 빠진다. 이예솔도 이날 서브 득점 2점 포함 4득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숙소에선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삼공사 유튜브 홍보 채널에서 함께 등장해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하효림은 “함께 생활하고 함께 포지셔닝해서 그런지 호흡이 잘 맞았다.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했다.

2016년 9월 신인드래프트로 프로에 데뷔한 5년 차다. 이젠 잠재력을 폭발시킬 때가 됐다. 하효림은 “실전 경험을 좀 더 많이 쌓고 싶다. 어제도 패스페인팅 욕심도 났지만 참았다. 키(170㎝)는 좀 작지만 블로킹 득점도 많이 올리고 싶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왼쪽 정방향이나 백어택 토스보다 오른쪽 백토스가 아직 불안하다”면서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좀더 정교하고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