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율 12% 불과한 췌장암, ‘수술 전 항암 치료’로 수술 가능 환자 2배 이상 늘어

입력
2021.01.09 11:19
수정
2021.01.0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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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흡연ㆍ당뇨병ㆍ췌장염ㆍ복부 비만 있으면 발병 위험

췌장암은 대부분 수술할 수 없을 정도일 때 발견되는데 수술 전 항암 화학요법을 정교화하면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2배 이상 많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대부분 수술할 수 없을 정도일 때 발견되는데 수술 전 항암 화학요법을 정교화하면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2배 이상 많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조기 증상이 거의 없고, 췌장은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조기 발견이 힘들다. 이 때문에 대부분 수술조차 하기 어려울 상태로 발견돼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2.8%(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그치고 있다.

췌장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췌장암은 주위 혈관까지 침범해 수술이 어려운 경계 절제성ㆍ국소 진행성 췌장암으로 진단될 때가 30~40%나 된다. 따라서 수술하기 전에 항암제 ‘폴피리녹스(FOLFIRINOX)’로 치료(선행 항암 화학요법)를 시도해 수술이 가능하도록 주변 혈관 침범을 줄이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담도 및 췌장암센터는 췌장암의 선행 항암 화학요법의 세부 치료 지침을 정교화해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32.7%에서 61.4%로 2배가량 늘렸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담도 및 췌장암센터는 2016년부터 폴피리녹스 항암제 치료 횟수ㆍ주기ㆍ용량 등 수술 전 항암 치료 세부 가이드라인을 연구하기 시작해 경계 절제성,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수술 전후 치료 결과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대로 2013년 1월~2017년 1월 수술 전 항암 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 중 31.7%(199명 중 63명)가 췌장암 수술을 받은 반면 세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2016년 5월~2018년 3월 수술 전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61.4%(44명 중 27명)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 치료 세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결과, 전체 환자 평균 생존 기간도 평균 18.1개월에서 24.7개월로 늘어났다.

류백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늦게 진단돼 수술 자체가 힘들 때가 많다”며 “이번 수술 전 항암제 치료 가이드라인을 더욱 정교화한 결과로 수술 가능성이 높아져 췌장암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췌장암 수술이 아직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데 앞으로도 내과ㆍ외과를 비롯해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췌장암 생존율을 높이도록 연구하겠다”고 했다.

이상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50대 이상 남성 중 10년 이상 흡연을 하거나 고열량 식사를 평소 즐겨 복부 비만이 있거나, 당뇨병을 오래 앓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기에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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