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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영국 백신 수입 금지"…나포선박 교섭 영향 미칠까

입력
2021.01.08 22:08
수정
2021.01.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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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서방 불신 드러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8일 TV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8일 TV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입을 금지했다. 서방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낸 것인데 한국 선박 나포 관련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 동결된 이란 원유대금 일부를 코로나19 백신 비용 등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지급하는 안을 이란과 협상 중이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8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미국과 영국의 많은 사망자 수를 언급하면서 "이들 국가를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다른 나라에 백신을 시험하기를 원한다"면서 "미국이 (효능이 있는)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면, 매일 4,000명의 사망자를 내지 않을 것이고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수입 금지 대상에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과 영국·스웨덴 기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속한다.

다만 하메네이는 "믿을 만한 백신을 생산하는 다른 국가가 있다면 백신을 수입할 수도 있다"고 백신 수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구체적인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의 동맹국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란의 이 같은 백신 수입 정책은 한국의 나포선박 교섭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란 측은 '해양오염' 규정 위반을 나포 이유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란 정부는 최근까지 한국과 원유 대금 동결 문제를 협상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제재 영향으로 묶인 자금 일부를 코백스에 송금하는 방식의 우회 지원안을 제안했다. 이를 고리로 억류 선박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데도 기대를 걸고 있다. 코백스가 1차적으로 제공키로 한 백신 대부분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 영미권 백신들이라 이란의 백신 수입 정책에 따라 한국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AP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같은 강경파들은 오랫동안 미국이 만든 백신 수입을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걸프 해역에서 한국 국적 화확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나포 사건 논의를 위해 한국 대표단은 7일 이란 테헤란에 도착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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