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동상 부위 녹이지 말고 그대로 병원가야

입력
2021.01.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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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영하 7도’가 ‘영하 40도’보다 위험

동상으로 생긴 물집 터뜨리다간 오히려 조직 손상이 심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상으로 생긴 물집 터뜨리다간 오히려 조직 손상이 심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가 닥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콕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각종 겨울철 질환 특히 ‘동상’이 걱정이다.

동상은 낮은 기온에 몸이 노출됐을 때 조직액이 얼면서 세포 내 얼음 결정이 생겨 세포가 직접 손상되거나 조직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해 혈류가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온도만이 주원인은 아니며 영상의 날씨에도 동상이 생길 수 있다. 낮은 온도 외에도 풍속ㆍ습도ㆍ보온 상태 등 열 전도율 인자와 노출 시간, 고도, 노출 부위에 체온을 공급하는 혈류량 등이 동상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탈수ㆍ동맥경화증ㆍ당뇨병ㆍ심부전 등 기저 질환과 나쁜 영양 상태에서도 동상이 쉽게 생긴다. 초속 30m의 바람이 있는 영하 7도의 환경이 바람 없는 영하 40도보다 더 심한 동상에 걸릴 수 있다. 정재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서 ‘올바른 동상 예방법과 치료’를 알아본다.

◇보온이 최우선…장시간 운동은 해로울 수도

동상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보온하는 것이다. 귀마개ㆍ장갑ㆍ털신 등으로 동상이 걸리기 쉬운 부위를 보호한다. 손가락ㆍ발가락ㆍ귓불 등 신체 말단 부위는 노출이 심하고 혈류량이 적다.

건조한 옷도 중요하다. 같은 온도에서도 습도가 높으면 열 전도율이 높아 동상에 쉽게 노출된다. 땀이 젖어 축축한 양말ㆍ장갑ㆍ내의는 마른 것으로 빨리 갈아입어야 한다.

따뜻한 국을 곁들인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서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신체 조직으로 혈액과 열량이 충분히 공급되면 같은 추위에 노출돼도 더 잘 견딜 수 있다. 동상에 걸리기 쉬운 기저 질환 환자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또 다른 예방법은 운동이다. 움츠리고 있는 것보다 운동하면 체내 열 발생이 많아져 체온이 올라가 조직으로 혈액과 열량 공급이 증가한다. 다만 땀이 나서 옷이 젖으면 열 전도율이 늘고 장기간 운동으로 체내 영양소가 소진되면 오히려 해롭기 때문에 추운 환경에서는 계속 움직이면서 신속히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한다.

◇탈수 심해져 따뜻한 차 마시는 것도 도움

동상의 민간요법 중에 ‘이한치한(以寒治寒)’식 치료가 있다. 동상 부위를 얼음으로 문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서양 의학에서도 시행했던 것으로 20세기 중반까지도 표준 치료법으로 여겼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이 방법은 조직 손상을 더 심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단 동상이 생기면 그 부위를 빨리 따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체 조직을 데우는 방법은 혈관으로 신체 내부에서 열을 전달하는 방식과 외부에서 직접 가온하는 방식이 있다. 외부 가온법은 40~42도의 적절한 온도의 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는 것이다. 빨리 데우기 위해서 너무 뜨거운 물에 담그면 화상을 입을 우려가 주의해야 한다. 또 피해야 할 것은 화롯불과 히터의 복사열에 직접 쬐어 손발을 녹이는 것이다. 건조한 열은 조직 내부로 쉽게 전달이 안 되기도 하고 복사열은 온도가 아주 높아 화상을 입기 쉽다. 일단 따뜻하게 가온하고 건조시킨 후 보온을 잘한 상태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산행 중 발생한 동상처럼 대피까지 오래 걸리게 되면 일시적으로 따뜻하게 녹여도 다시 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 통증도 심하고 조직이 더욱 손상되므로 차라리 녹이지 말고 동상 입은 상태 그대로 병원에 가는 것이 낫다.

동상으로 발생한 물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출혈성 물집이 생겼을 때 손을 대면 조직 손상이 심해지므로 절대로 터뜨려서는 안 된다. 동상에 도움이 되는 약제로 염증 반응 억제 효과가 있는 ‘알로에 크림’이 있다. 항생제 사용이나 진통제 사용은 병원에서 의사 지시를 받아야 한다.

동상에 걸린 사람은 대개 탈수가 심하다. 따라서 따뜻한 차나 우유를 충분히 마셔 수분과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해 주면 동상 부위 주변 조직으로 혈류량을 늘려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동상을 피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음주와 금연이다. 술을 마시면 열이 생기면서 본인은 따뜻하다고 느끼지만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서 체내 열을 빠르게 빼앗겨 저체온이 생길 수 있다. 취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추위를 방어하는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흡연은 혈관 수축을 일으키고 혈액순환을 방해해 동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동상에 걸렸을 때 회복을 늦출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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