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백신 '접종 간격' 6주까지 연장" 유권해석 내렸지만...

입력
2021.01.06 19:30
수정
2021.01.06 19: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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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접종 간격 6주까지 예외적 연장 허용
백신 제조사·파우치 소장 "근거 없다" 비판
코로나 확산에 논란 가중…英 감염 최고치

영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5일 런던브리지 백신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5일 런던브리지 백신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간격’ 연장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글로벌 보건 컨트롤타워인 세계보건기구(WHO)가 “6주까지 늦추는 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물론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타당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아 과학계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가 감염병 확산세를 따라지 잡지 못해 나온 고육책에 각국 보건당국과 과학자들이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WHO 면역 자문단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의 알레한드로 크라비오토 의장은 5일(현지시간)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과 관련, “21~28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면서도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처한 국가는 2차 접종을 몇 주 지연해도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단, “2차 접종이 6주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영국이 추진하는 11~12주 연장 방침보다는 짧지만, 독일과 덴마크(6주) 계획에는 부합한다. WHO는 원래대로 접종 계획을 이행하기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으나 뚜렷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WHO의 유권해석이 나온 만큼 백신 접종 간격 연장 대열에 합류하는 나라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세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가 휩쓸고 있는 영국은 이날 하루 신규 확진 환자가 6만916명을 기록,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6만명대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사망자(830명)도 지난달 31일(964명) 이후 가장 많았다. 결국 영국 정부는 이날 잉글랜드 전역에 3차 봉쇄조치를 내렸다. 모든 국민은 식료품ㆍ의약품 구입이나 운동을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러야 한다.

한 의료진이 자주색 마개의 화이자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AP 뉴시스 자료사진

한 의료진이 자주색 마개의 화이자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AP 뉴시스 자료사진

하지만 과학적 데이터가 없는 권고안에 비판 여론은 여전히 비등하다. 화이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1차 접종 이후 21일이 지나도 면역력이 지속되는지를 증명할 자료는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 소장도 “1회 접종분을 더 많은 사람에게 투여하기 위해 2차 접종 때까지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간격인 21~28일이 아니라 석 달 혹은 넉 달까지 기다려도 괜찮다는 것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근거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미 행정부 내에서 검토 중인 모더나 백신 투약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안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단호히 반대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백신 접종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면역 효과 있는지 확인하는 미 국립보건원(NIH)과 모더나의 공동 연구 결과는 두 달 뒤에나 나온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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