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테러 현장의 수호천사

입력
2021.01.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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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잔지르의 활약

1993년 인도 뭄바이 폭탄테러 현장에서 맹활약한 뭄바이 경찰 마약탐지견 '잔지르'의 2000년 장례식. 로이터 연합뉴스.

1993년 인도 뭄바이 폭탄테러 현장에서 맹활약한 뭄바이 경찰 마약탐지견 '잔지르'의 2000년 장례식. 로이터 연합뉴스.


1993년 3월 인도 뭄바이의 증권거래소와 호텔, 시장 등 12곳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터졌다. 인도 당국은 파키스탄 정부의 비호하에 알카에다와 연을 맺은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집단이 벌인 테러라고 주장했지만, 확실한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 테러로 257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심하게 다쳤다. 잔지르(Zanjeer, 1992.1.7~ 2000.11.16)는 그 지뢰밭 같은 테러 현장을 누비며 후속 테러를 위해 매설된 폭발물을 탐지하는 도드라진 공을 세운 뭄바이 경찰 폭발물대응팀 소속 경찰견이었다.

잔지르는 1993년 3월 15일, 단지(Dhanji) 거리 한편에 세워진 스쿠터의 'RDX' 폭약을 비롯해 뭄바이, 타네(Thane) 등에서 잇달아 폭발물을 탐지, 추가 테러 피해를 막았다. 단지 거리 폭발물은 폭발물 대응팀 본부 건물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권역 안에 있었다.

당시 만 한 살이던 레브라도 리트리버 잔지르는 테러 당시 뭄바이 경찰이 폭발물 및 화기 탐지견으로 보유한 도베르만 핀셔와 리트리버 6마리 중 막내였다. 이름 '잔지르'는 1973년 볼리우드 액션영화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데, 대원들은 크림색 털빛 때문에 '진저(Ginger)'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렀다고 한다. 1993년 테러 이후 잔지르는 뭄바이 경찰 폭발물대응팀의 에이스이자 마스코트로 인도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한 경찰 간부는 "별도 탐지장비 없이 잔지르만 데리고 출동해도 든든하다고 말하는 대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약 8년 현역 활동 기간에 3,329kg의 RDX 폭발물과, 600여개의 화약 및 뇌관, 249개의 수류탄과 6,406발의 총탄을 탐지해내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기고 골수암으로 숨졌다. 향년 만 8세.

인도 정부는 성대한 국장(國葬)으로 동료와 영결했고, 지금도 기일마다 추모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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