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함께 사라진 풍경들... 코로나의 전과 후

입력
2020.12.31 04:30
명동·쇼핑몰에서 연말 '대목' 인파 사라지고
12년 만에 스케이트장 무산된 자리엔 '선별진료소'
사진으로 비교한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 풍경

201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은 명동거리가 쏟아져 나온 시민들로 가득 하다(왼쪽). 2년 후인 2020년 12월 24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폐업한 가게 앞 거리가 썰렁하다.

2020년, ‘잠시’일 줄로만 알았던 멈춤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꼬박 1년째, 대한민국은 여전히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방역 최전선을 지켜 온 의료인들이 지쳐 쓰러지고, 폭증한 배송 물량을 처리하느라 택배기사들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는 사이,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2020년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한 해를 결산하는 12월의 마지막 날,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 풍경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맞대보았다. 너무 쉽게, 또 허무하게 잃어버린 이 일상의 풍경들을 2021년엔 과연 되찾을 수 있을까.


① 연중 최고 '대목’ 크리스마스마저 얼어붙다

201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왼쪽)과 2020년 12월 같은 곳의 모습. (오른쪽)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자영업자들에게 연중 최고의 '대목’으로 통하지만, 2020년의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천명대로 부쩍 늘면서 급기야 5명 이상 사모임까지 금지됐다. 연말 모임, 송년회 등이 일제히 취소되며 국내 최대 상권인 서울 중구 명동마저 얼어붙었다. 폐업한 점포 자리마다 '임대' 안내문이 나붙고, 그나마 살아 있는 점포는 할인 광고로 도배했지만 고객의 발길은 뜸했다. 서남권의 랜드마크인 복합 쇼핑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도 연말 쇼핑객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북적이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던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풍경과 황량하기만 한 올해 모습이 극적 대비를 이룬다.


② 자취 감춘 스케이트장, 빈 자리엔 ‘선별진료소’가...

2019년 12월 서울광장에 설치된 스케이트장에서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다. (왼쪽) 1년 후인 2020년 12월 텅빈 서울광장 너머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행렬이 보인다.

매년 12월, 도심 한가운데에서 겨울의 낭만을 느끼게 해 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올해는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08년 처음 개장한 이래 12년 만에 처음으로 설치 자체가 무산된 탓이다. 텅 비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광장엔 증상이 없어도 누구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임시 선별진료소가 들어섰다. 지난해 겨울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가득 매우던 인파는 사라지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대기줄만 길게 이어지고 있다.


③ 명절 귀향, 귀성 풍경 실종… 한적한 서울역

2020년 1월 설 연휴 열차 승차권을 예매하기 위해 서울역 매표소에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왼쪽)과 2020년 12월 승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 서울역의 모습.

올 1월만 해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은 설 귀성열차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KTX 등 여객열차 승차권에 대해 예매 제한 조치가 시행된 추석 연휴엔 이용객 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가 지역 간 확산을 잡기 위해 ‘귀향 자제’까지 권고하고 나선 탓이다.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명절 연휴가 이 정도니 평상시 역 대합실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할 정도다. 돌아오는 2021년 설 명절에도 마음 놓고 가족들을 마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④ K팝, 한류 열풍 타고 붐비던 경복궁, 발길 끊겨 썰렁

지난해 겨울,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로 한껏 북적이던 경복궁 모습과 올해 겨울, 인근 시민들의 발길조차 끊긴 경복궁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지난해 서울 도심의 고궁을 방문한 관람객은 1,338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K팝과 한류 드라마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증한 결과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힌 2020년의 고궁 풍경은 쓸쓸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마다 궁궐과 왕릉 등 문화유적은 전면 폐쇄됐고, 가까스로 문을 열더라도 이용객 수는 손으로 꼽을 지경이었다. 지난해 534만명이 찾은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 프로그램’은 5월 이후 아예 무기한 연기됐다.


⑤ ’초대형 독서 책상’ 막힌 광화문 교보문고

2016년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독서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왼쪽), 4년후인 2020년 12월 의자 이용이 제한돼 테이블에 기댄 채로 책을 보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오른쪽).

연간 이용객이 1,000만명에 달하는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엔 초대형 소나무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2016년 리뉴얼 당시 교보문고는 이 테이블을 고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독서 공간’으로 제공했다. 그 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로 항상 붐비던 테이블은, 지금은 텅 비어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단계가 격상하면서 서점 측은 테이블에서 의자를 치웠고, 서가 사이사이에 놓은 소파 및 의자에 사용금지 팻말을 설치했다.


⑥ 1년 내내 박람회 끊이지 않던 DDP, 지금은 적막만 ...

2019년 5월 서울진로직업박람회가 열렸을 당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모습(왼쪽)과 대부분의 시설 이용이 중단된 2020년 12월의 모습(오른쪽).

각종 문화행사와 박람회가 연중 열리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역시 2020년 내내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년 3월과 10월 열리던 대규모 패션쇼 ‘서울패션위크’마저 전면 취소됐다. DDP측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여파로 지난 5일부터 대부분의 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대관 신청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봄, 서울진로직업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학생들의 모습과, 시설 운영이 전면 중단된 2020년 세밑 풍경이 대비를 이룬다.


모두에게 버거웠던 한 해, 버텨낸 당신이 ‘주인공'

2020년은 앞날을 비관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한 해였다. 무급 휴직이 정리해고로 이어졌고, 고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으며 거리에선 폐업이 줄을 이었다. 손님이 들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상공인들은 날이 갈수록 격상되는 방역 조치에 남몰래 한탄을 삼켜야 했다.

시간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던 만큼, 각자의 방식으로 암울한 시기를 버텨낸 모두가 ‘2020년의 주인공’이다. 사람의 발길이 바짝 마른 광장과 거리의 풍경도, 저무는 해와 더불어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박지윤 기자
서현희 인턴기자
전윤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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