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외여행 가려면 '백신 여권' 필수?

입력
2020.12.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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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본격화, '디지털 여권' 개발도 박차
이동 안전성 증명, 여행 등 경기 활성화 기대
"접종이 면역 보장 안해"... '백신 격차'도 우려

코먼패스 홈페이지 캡처

코먼패스 홈페이지 캡처

앞으로는 해외여행을 갈 때 일반 여권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도 챙겨야 할 것 같다. 백신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선 디지털 백신 여권 개발 작업도 한창이다. 감염병 전파 위험을 막으면서 안전한 이동을 보장할 것이란 기대와 ‘백신 디바이드(격차)’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기관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백신 여권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여권은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올리면 각국 정부나 단체가 이를 확인하고, 입국ㆍ입장을 허가하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입국하거나 사람이 몰리는 영화관, 경기장 등을 방문할 때 접종 사실을 입증해 ‘활동의 자유’를 높이자는 취지다.

스위스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발 중인 ‘코먼패스’ 앱은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고 보건당국에 증빙 자료로 제시할 수 있는 의료증명서와 통행증 등을 QR코드 형태로 발급한다. 여행 일정을 입력하면 출발ㆍ도착지에 따라 달리 요구되는 목록도 보여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월부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싱가포르, 홍콩을 오가는 유나이티드항공 및 캐세이퍼시픽 항공에서 시험 사용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IBM은 ‘디지털 헬스 패스’라는 자체 앱을 개발했다. 콘서트장, 회의장에 입장할 때 필요한 발열 검사나 백신 접종 기록 등 필요한 증명서를 맞춤형으로 제시할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디지털 백신 여권 최종 개발 단계에 돌입했다. 보건당국이 승객에게 접종 사실 및 음성 확인서를 발급하면 정부와 항공사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실전에 활용될 예정이다.

27일 이탈리아 롬바르디주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롬바르디=AFP 연합뉴스

27일 이탈리아 롬바르디주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롬바르디=AFP 연합뉴스

백신 여권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각국이 본격적인 백신 접종에 들어간 만큼, 디지털 여권이 상용화하면 여행, 항공분야 등의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작지 않다. 반면 백신 여권은 소지자가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해 자유롭게 활동해도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백신을 맞았다 해도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전파 가능성이 진짜 없는지 등은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미 보스턴 터프츠 메디컬센터의 쉬라 도론 박사는 WP에 “‘면역’ 그 자체는 여행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백신 접종자의 감염 정도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백신 여권이 특권으로 인식돼 위조 증명서가 판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근거로 입국에 제한을 둘 경우 나라별 접종 규모에 따라 이동에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디지털 면역 인증서는 면역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할 수 있다”면서 “진정한 도전은 모든 사람이 백신에 접근 가능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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