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유' 궤변에 "미국인이 왜 우리 정부 비판하냐" "너무 나갔다"

입력
2020.12.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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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서 '유승준 방지법'에 격한 반응
누리꾼들 냉담... 동정적 입장도 돌아서

유승준 유튜브 캡처

유승준 유튜브 캡처

가수 유승준(44·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19일 자신의 유튜브에 지속되는 입국 거부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는 영상을 올렸다. 최근 여당 의원이 '유승준 원천 방지 5법'을 입안한 데 따른 분노로 해석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을 늘어놓은 데다 현 한국 정부의 정책을 전방위로 비판하는 등 외려 추가 논란을 부르는 모양새다.

유승준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에 게재한 40여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뭐가 무서워서 한 나라가 유승준이라는 연예인 하나 한국 들어가는 것 막으려고 난리인가. 정치인들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제가 대한민국에 입국할 경우 공공의 안정을 해치고 경제 질서, 사회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나"라고 주장했다.

정부, 대법원 판결 후에도 입국 금지 유지... 최근 '방지법'도 나와

유승준(왼쪽)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패키지 법안을 제출한 김병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승준(왼쪽)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패키지 법안을 제출한 김병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승준은 1997년 국내에서 데뷔한 이래 가수 활동을 하면서 수차례 우리나라 군대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입영 예정일이 다가온 2002년 갑작스레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이 면제됐다. 이에 법무부는 그의 입국을 금지했다.

유승준은 소송전 끝에 지난 3월 비자 발급 소송에서 대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그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모종화 병무청장은 "입국이 계속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 취지가 "(유승준을) 입국시키라는 게 아니라 절차적 요건을 갖추라고 판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17일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적법, 재외동포법, 출입국관리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5개 법을 개정해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해외 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의 입국을 금지하는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유승준은 자신의 유튜브 영상 제목을 "유승준 원천 방지 5법 발의안, 김병주 의원 지금 장난하십니까"로 적었다.

"팬들과 약속했지 국민과 약속한 것 아냐"

2003년 6월 26일 새벽 예비 장인의 장례식에 참석차 인천공항에 들어온 가수 유승준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당시 정부는 유승준에게 3일간 체류를 허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3년 6월 26일 새벽 예비 장인의 장례식에 참석차 인천공항에 들어온 가수 유승준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당시 정부는 유승준에게 3일간 체류를 허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승준은 이날 유튜브에서 과거 입대 공언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그래, 나 약속 지키지 못했다. 그게 죄냐. 너네는 평생 너가 약속한 거 다 지키고 사냐"고 했다. 또 그는 "입대를 하겠다고 한 것은 대국민 약속이 아닌 팬들과의 약속"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국민과 약속은 정치인이나 하는 것이고, 난 연예인이다. 내 팬들과 약속했고, 그 팬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에게 "당신들은 (국민과) 약속을 얼마나 지키냐"고 반문했다.

유승준은 "정치 발언을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정치에 휘말렸다"고 주장했지만 영상의 상당 부분을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이념과 사상을 흔들고 힘과 권력으로 나라를 장악하고 미디어 장악하고, 이제는 교회 탄압까지 들어오고 예배조차 드리기 힘들게 한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여기에 "미국 대선은 100% 부정선거"라며 "한국도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 안 한 것 같으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서 제기하는 각종 음모론의 영향이 짙게 드러났다.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정부 비판 성향의 한 네티즌은 "비판을 해도 우리가 비판하지, 미국인인 스티브 유는 비판할 자격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에게 동정적인 네티즌조차 "병역 기피를 해도 19년간의 입국 금지는 가혹하다고 봤는데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의아하다. 너무 나갔다"고 반응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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