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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왜 만났어요?" 참고인에게 반성문 쓰게 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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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외부에서 언론과 접촉한 단순 참고인에게 사실상 반성문 성격의 진술서를 쓰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반성의 뜻을 담은 이 진술서는 다른 사건 관계자에게 유출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나, 검찰이 인권수사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락현)에서 정치인 로비 수사를 맡았던 A 검사는 올해 6월 중순 참고인 B씨에게 기자들과 만난 정황을 자세히 밝히는 진술서를 쓰게 했다.
이보다 앞서 검찰은 B씨를 불러, 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대질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서 김 전 회장 측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기자들이 B씨에게 검찰에서 어떤 내용으로 수사를 받았는지를 물었고, B씨의 전언을 토대로 기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 보도가 나오게 됐다. 그러자 A 검사는 이와 관련해 B씨에게 상세한 언론 접촉 정황과 함께 반성의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쓰도록 했다. B씨는 진술서에서 당시 문제가 됐던 기사와 관계 없는 기자들과의 접촉내용까지 세세히 풀어 썼다.
B씨 진술서에는 △그동안 기자들에게 받은 연락 △만남의 횟수 및 일자 △그 과정에서 자신이 했던 이야기 등이 구체적으로 열거됐다. 검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을 안 B씨는 "검사님이 제가 기사 유포를 한 것처럼 생각하시는데 수사에 방해가 되는 줄도 몰랐다"며 "앞으로 어떤 기자들과도 얘기를 안 할 것이고, 집요하게 연락이 와도 제가 얘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딱 잘라 말하겠다"고 읍소했다.
언론 접촉에 대한 반성의 뜻을 담은 B씨의 진술서는 사건과 관련한 다른 피고인 쪽에 유출되기도 했다. 해당 피고인은 이 진술서를 복사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증거목록에도 없는 수사기록에 실수로 딸려 나왔다. B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적인 진술서가 유출돼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A 검사는 애초 검사 향응수수 사건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 부부장검사와 라임 수사팀에서 함께 일했던 인물이다. 정관계 로비 분야 수사를 담당하던 그는 지난 10월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편지로 수사팀이 재정비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당시 B씨에게 진술서를 쓰게 한 경위를 묻는 본보 질문에 A검사는 "인권침해 성격은 아니며, 더 구체적으로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검사가 참고인에게 사실상의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진해서 반성문을 썼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권에 상당히 반하는 조치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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