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에도 반도체 공장은 돌아간다...왜?

입력
2020.12.14 15:30
수정
2020.12.14 15:5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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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SK하이닉스 모두 정상 출근 근무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공정 특성
'클린룸'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 희박
기술 유출 때문에 외부 접속 허용도 우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방진복을 입은 채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방진복을 입은 채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강도 높은 '셧다운(shut-down·봉쇄)' 수준의 조치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분야의 공장 가동 중단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 공장은 예외다. 3단계 거리두기 시행에도 상당수 인력이 출근해 생산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유는 뭘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임직원들은 일부 기저 질환자, 임산부 등 제외하고 정상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부를 제외한 스마트폰, 가전 사업부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특성 때문이다. 24시간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는 만큼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 직원을 3교대로 운영 중이다. 한 번 멈추면 제작 중이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모두 폐기해야 하고, 곧바로 재가동한다고 해도 정상 수준의 수율(합격품 비율) 회복까지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가 됐다고 하지만 설비 오류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줘야하는 만큼 기본적인 상시 인력은 필수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여파에도 삼성전자 화성, 기흥, 평택 라인이 단 1초도 쉬지 않고 가동된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노 단위의 초미세 공정인 만큼 아주 작은 설비 오차에도 수율에 큰 영향이 간다"며 "누군가는 나와서 끊임없이 생산 장비의 조건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반도체 생산 라인 내부는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는 '클린룸(무균청정지역)'으로 구성된 만큼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0.1㎛(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공정으로 이뤄진 반도체 공장에선 아주 작은 먼지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도체 업체에선 사업장 주변에서 불어오는 먼지를 1차적으로 걸러주는 방풍림을 시작으로, 여러 단계의 공조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모든 근무자는 방진복·방진모·방진장갑·안전화·방진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에어샤워를 거쳐 생산 라인에 들어갈 수 있다. 심지어 오염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업무에 필요한 서류도 무분진 종이까지 사용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양산 기술의 외부 유출 우려 또한 재택근무 확대에 걸림돌이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사들은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핵심기술을 다룬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이에 대한 엄격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중국 등 수많은 경쟁사들이 국내 반도체 업체 임직원들에게 연봉의 3~4배를 약속하면서까지 기술 유출에 눈독을 들이는 만큼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사내망에 접속하는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걱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 영업 자료 등 외부에 유출될 경우 우리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내망에 대한 외부 접속권한을 확대하는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반도체 수출액은 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총수출액(4,615억달러) 가운데 19.4%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체 수출 품목 가운데선 단연 최고 비중이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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