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태 "이번 재판, 헬기사격 사실로 확정…큰 의미"

입력
2020.11.30 21:00
수정
2020.11.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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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5·18기념재단 상임이사 YTN 라디오 인터뷰
"현장에서 벌어진 만행 실체 아직 안 드러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가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헬기 사격이 사실로 확정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광주지법 형사 8동 법정동 201호 법정 분위기에 대해 "이날 법정 안에 있었는데 전씨는 계속 졸았다"며 "그에 5·18 당사자들의 분노가 컸다"고 전했다. 이어 "전씨 부인이 동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석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동석한 것인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실체적 사실로 확정했다는 게 의미있다"며 "전씨 일당이 계속 80년대 내란목적살인죄에 대해 자위권 발동 논리를 펴왔는데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는지 확인돼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전씨의 행태나 기소 이후로 보였던 행동들, 가령 호화 만찬이나 골프를 즐겼던 것들로 국민들에 준 분노와 갈등 조장 측면에서 보면, 엄벌에 처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법정 최고 형량을 판결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광주 시민들의 현장 반응에 대해서는 '아직도 저지를 죄를 닦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는 분위기였다"며 "'(전씨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여전히 아쉽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어야 하지 않나'는 등의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진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이유? 전씨가 왜곡, 조작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 잡고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 잡고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과수 검증 결과와 관련 증언 내용 등을 통해 헬기 사격이 사실로 결정났지만 아직도 최초 발포자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발포 등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입증이 안됐다"며 "(이는) 전씨를 끝까지 추적해서 확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암매장 문제 등 사건 현장에서 벌어진 만행들의 실체가 아직 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4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씨가 현장 사건을 왜곡, 조작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조 이사는 "그 뒤에도 여러차례 국정원 등 정부 조직을 통해 기록물을 조작하거나 폐기해버렸다"며 "가해현장의 지휘관들도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해 밝힐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토로했다. 이어 "전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목적살인죄로 법정에 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해버림으로써 실제적 진실 밝힐 기회 놓쳤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문제로 조 이사는 "실종자 문제, 암매장 문제"를 꼽았다. 또 "5·18민주묘지에 신원 알 수 없는 시신 6구가 묻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이날 '(전씨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용서받기를 바란다'는 말했을 때의 분위기에 대해 "전씨는 졸았고 무표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전씨가 법정을 빠져나올 때 시민들이 밀가루 등을 투척한 것과 관련 "전씨에 대한, 시민들의 유족들의 분노는 4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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