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는 온라인으로"… 코로나19에 사라진 겨울왕국

입력
2020.12.01 0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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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확산에 동해안 해맞이 줄줄이 취소
전국 곳곳 대표축제 못 열어 지역경제 '시름'

새해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경북 포항 호미곶 해변에서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새해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경북 포항 호미곶 해변에서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신축년(辛丑年) 해맞이는 온라인으로…"

강원 강릉시는 최근 2021년(신축년) 첫날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경포해수욕장과 정동진, 대관령의 일출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수백만 새해맞이 인파가 동해안을 찾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또 다시 확산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내린 결정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만큼은 온라인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소망을 빌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올 봄 각지의 꽃축제를 망친 신종 코로나가 각 지역의 산물, 자연풍광과 어우러져 연중 열리는 축제를 막은 데 이어 올해 남은 겨울 축제마저도 사실상 ‘올스톱’ 시켰다.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고 황량한’,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겨울축제 1번지'인 강원도내 시군에 따르면 이미 10개가 넘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최근 인제군이 겨울축제의 원조격인 빙어축제를 취소했고, 평창군은 연간 10만명이 찾았던 대관령 눈꽃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내년 1월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과 황지연못에서 열기로 했던 태백산 눈축제 역시 취소돼 엘사와 울라프 조각 등 겨울왕국의 장관을 볼 수 없게 됐다. 태백시 관계자는 “그 동안 눈과 얼음조각을 만들려면 적어도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최여부를 고심했지만 결국 신종 코로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원도내 대부분의 시ㆍ군이 축제를 강행하더라도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되면 집합 인원이 제한돼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본 것이다.

화천군은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성장한 산천어축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방문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인 춘천과 철원, 인제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1,000억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전면 취소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산천어축제는 매년 20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다녀가는 행사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현재로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확진자 추세라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31일과 1월 1일에 열리는 해넘이, 해맞이 축제 취소로 된서리를 맞은 곳은 강원도뿐만 아니다. 제주 성산일출제도 온라인 공간에서 열린다. 특히 제주도는 매년 새해 첫날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한라산 야간산행도 올해는 불허키로 했다. 제주도는 타지역에서 찾은 관광객들로 인한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마지막 날부터 1박2일간 바다 위 조형물인 '상생의 손'으로 유명한 해맞이 광장에서 열리는 경북 포항 호미곶 해맞이 축전 역시 취소됐고, 최근 대규모 감염으로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한 부산에선 해운대 빛 축제가 부랴부랴 연기됐다. 해운대구는 관계자는 “축제 시간을 줄이고, 격자무늬(QR)코드를 도입, 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개최를 추진했지만 최근 집단감염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3)씨는 "이번 축제가 올해 마지막으로 매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었는데 정말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해안의 전남 여수 향일암 해넘이·해맞이 축제도 방역이 강화되면서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남은 올해 115개 지역 축제 중 4개만 열렸으며, 그 네 축제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10월이면 형형색색의 남강의 야경이 장관을 이루는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도 열리지 않았다. 대안으로 소규모 문화행사를 검토했으나 최근 이ㆍ통장연수발 집단감염으로 여의치 않게 됐다. 1964년부터 열려 지방종합예술제의 효시로까지 꼽히던 개천예술제도 코로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각 지역 축제가 내년에 복원될 것이란 희망을 갖기 힘들다는 데 있다. 울산고래축제를 매년 열고 있는 고래문화재단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비대면 행사를 진행했지만, 대면 콘텐츠의 한계 등으로 참가인원은 1,000명이 채 안됐다”며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인제 빙어축제 나흘째인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이 자녀와 함께 빙어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인제 빙어축제 나흘째인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이 자녀와 함께 빙어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설치된 빛 조형물에 불이 꺼져 있다. 해운대구는 28일부터 해운대 해수욕장과 해운대광장, 해운대시장, 해운대온천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해운대, 희망의 빛 이야기'를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설치된 빛 조형물에 불이 꺼져 있다. 해운대구는 28일부터 해운대 해수욕장과 해운대광장, 해운대시장, 해운대온천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해운대, 희망의 빛 이야기'를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연합뉴스


강릉= 박은성 기자
울산= 김창배 기자
여수= 박경우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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