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정인 특보 "中 왕이에게 '신냉전 피해야 한다' 먼저 말했다"

입력
2020.11.28 15:17
수정
2020.11.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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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오전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조찬을 함께하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오전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조찬을 함께하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만나 "한국은 신냉전 국면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먼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우리(한국)의 동맹국가이고,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만큼, 두 나라가 갈등하면 우리가 어려워진다"고 분명히 말하면서다. 이에 왕이 부장도 "우리(중국)도 신냉전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문 특보는 2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왕이 부장과의 만남에서) '중국과 미국이 관계를 잘 맺어 신냉전을 피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말했다"며 "(신냉전 국면을 피해야 한다는) 화두는 내가 먼저 던졌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전날 왕이 부장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찬을 함께 했다.

문 특보와의 통화는 중국 외교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왕이 부장과 문 특보의 만남과 관련한 보도문을 올린 후 이뤄졌다. 해당 보도문에 따르면 왕이 부장이 문 특보에게 "신냉전을 부추기는 시도는 역사의 발전 흐름에 어긋난다. 다자주의를 지키고 협력을 강화해야 각종 위기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냉전을 원치 않는다'고 중국이 말한 것은 한국을 향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사흘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뉴스1

사흘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뉴스1


그러나 문 특보에 따르면 왕이 부장의 발언은 문 특보가 해당 주제를 먼저 언급한 후 나왔다. 문 특보는 "미국과 중국이 적대적이라면 한국에게 좋지 않다, 한국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말했고, (보도문에 나온 왕이 부장의 답변은) 나의 의견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차원의 대화였다기보다는, 한국이 전략적 이익을 위해 중국에 미중 갈등 해결 필요성을 촉구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왕이 부장은 또 "우리는 다자주의를 선호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는 쉽지 않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다자주의 협력을 통해 여러 현안을 풀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보도문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인류가 동고동락하고 각국의 이익이 밀접히 연결돼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왕이 부장과의 대화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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