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센카쿠는 中영토' 발언에 들끓는 일본... 시진핑 방일 연기론도

입력
2020.11.27 11:20
수정
2020.11.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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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서 "모테기 장관 즉각 반박 했어야" 불만
불똥 튄 모테기 "기자회견 후 회의서 반론 폈다"

왕이(사진 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24일 도쿄 외무장관 공관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왕이(사진 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24일 도쿄 외무장관 공관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지난 24~25일 일본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공식기자회견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중국 영토'라고 언급한데 대해 집권 자민당내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때부터 추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을 연기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26일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는 왕 부장이 앞서 24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발언과 함께,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이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를 문제 삼았다. 당시 모테기 장관은 센카쿠열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 측의 전향적인 행동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열도 주변 수역에서 올해 들어 중국 선박의 항행이 지난해 세운 최다 기록(282일)을 넘어선 것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밝힌 것이다.

왕 부장은 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본 어선이 댜오위다오의 민감한 수역에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센카쿠열도가 중국의 주권 영역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에 모테기 장관은 대응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회견 영상에는 모테기 장관이 온화한 표정으로 왕 부장 발언을 듣고 있다.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는 “위장 어선이라는 사실이 아닌 말을 한 것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이 저자세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모테기 장관이 즉각 반론했어야 했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관례상 주최국인 일본 측이 먼저 발언하고 중국 측 발언 후 종료하는 절차였기 때문에 반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외무성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SNS에는 "실망했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외교부회에서도 "중국의 주장을 묵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조만간 일본 측 입장에 대한 발신 강화를 요구하는 결의를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에 모테기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왕 부장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공동 기자회견 후 재개된 회담에서 반론을 폈다고 해명했다.

왕 부장은 25일 총리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취재진에게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왕 부장의 방일 이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시 주석의 방일 일정을 잡는 것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에서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을 연기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과 스가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은 의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방일은) 없다. 중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2022년이면 좋다"고 밝혔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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