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작심 발언 "금융위 금융결제원 감독은 불필요한 중앙은행 관여"

입력
2020.11.26 21:3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금융위가 마련한 법 개정안에 포함된, 금융위에 '지급결제청산업 감독 권한'을 부여한 내용이 한은의 고유 업무 영역(지급결제시스템 운영)을 간섭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자칫 한은 감독 하에서 지급결제청산업을 담당하는 금융결제원의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로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 도중, 금융위가 공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전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한은의 영역을 건드리는 지급결제청산업에 관한 조항에 문제가 있다”면서 금융위 개정안에는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한은과 금융위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사실상 지급결제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는 핀테크(금융+IT) 및 빅테크 업체에 대한 관리를 위해 내놓은 법안이다.

그런데 한은에 따르면 이 개정안 내부에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현재 결제청산업을 담당하는 금융결제원을 포함해 관련 업무를 맡은 기관에 대한 허가 취소, 시정명령 등을 금융위가 갖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논쟁의 중심이 된 금융결제원은 1986년 시중은행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지급결제 전문 기관이다. 현재 한은과 시중은행 9개가 회원이며 사원총회 의장은 이주열 총재가 맡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개정안대로라면 중앙은행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관리가 금융위의 감독대상이 되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이 무력화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은은 빅테크나 핀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를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등 사실상 준 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핀테크 내부 거래도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한은은 개정안을 놓고 협의를 벌이기는 했으나 최종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가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법안을 전달하고, 한은이 이에 반발하는 입장을 공개하면서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의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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