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7, 텅빈 교실... “수험생 어디에도 나가지 말아달라”

입력
2020.11.26 15:50
수정
2020.11.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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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3단계 격상돼도 수능은 치른다"
유은혜 부총리, '대국민호소문' 내놓고 읍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26일 오전 대전고등학교에서 관계자들이 시험장에 칸막이 설치와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26일 오전 대전고등학교에서 관계자들이 시험장에 칸막이 설치와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 앞둔 26일,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텅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험생이나 교사들 사이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등교 중단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수험생 당사자들을 물론,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가야하는 교사들, 그리고 시험장으로 쓰일 학교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다.

이날 경기 지역 한 인문계고등학교는 그래서 온라인 수업을 위해 출근한 일부 교사들을 빼고는 학교가 텅비어 있었다. A교장은 "지난 4월 1학년 온라인개학 시작했을 때와 비슷하다"며 "되도록이면 외부 접촉을 말라고 학생들에게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수험생과 교육당국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험생 49만명이 한번에 움직이는 초대형 행사인데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우리 모든 국민이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모든 일상적인 친목 활동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유은혜(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수험생 확진 21명·자가격리 144명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수능 응시생 중 확진자는 21명, 자가격리자는 144명이다. 작은 수치지만, 잠복기와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실제 수능을 치르는 내달 3일에는 어느 정도 불어날 지 안심할 수 없다.

확진이나 자가격리 수험생들은 병실이나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 이들을 위한 공간 확보가 우선이다. 정부는 확진 수험생이 응시할 수 있는 병원·생활치료센터 병상을 기존 113개에서 172개로, 자가격리수험생이 이용할 별도시험장은 750여개에서 784개(3,800여명 응시 가능)로 늘린 상태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험생을 위한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수는 넉넉한 편이고 생활치료센터도 식당이나 세미나실 등 쓸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많다"며 "공간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전체 시험실은 지난해보다 50%나 늘어난 3만1,459곳을 준비했다. 시험실 내부 거리두기를 위해 시험실 당 인원을 28명에서 24명 이하로 줄이도록 한 결과다. 교실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독관 등 시험 관리인력 역시 12만여명으로 30% 정도 늘었다.

지난 21일 중등교원 임용시험 때와 같은 수험생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 전날 의심 증상이 있는 수험생이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으면 해당일에 즉각 결과를 통보하고 적절한 시험장에 배치한다.

26일 울산시 중구 한 고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전날 이 학교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26일 울산시 중구 한 고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전날 이 학교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거리두기 3단계라 해도 수능은 치른다

이런 조치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규 확진자수 300명을 넘긴 지난 20일 수능 연기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더니, 서울시교육청에는 ‘수능을 이틀에 걸쳐 나눠 보게 하자'는 시민청원이 올라왔다. 교육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에 이미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라 해도 수능은 치른다'고 못 박았다.

유 부총리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내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 유 부총리의 호소는 수능 이후 일정까지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유 부총리는 “수능 이후 이어지는 대학별 전형까지 생각하면, 수능 이후에도 수험생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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