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영웅'도 개봉 연기... 3차 대유행에 또 얼어붙은 극장가

입력
2020.11.26 15:42
수정
2020.11.26 15:4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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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인기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연기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못잡다 연말 상영도 힘든 처지가 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복'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인기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연기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못잡다 연말 상영도 힘든 처지가 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극장가에 다시 코로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연말 기대작마저 개봉을 잇단 연기해 반전의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면 사실상 영업중단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영화계에 따르면 한국 영화 ‘서복’은 12월 개봉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만해도 12월초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던 이 영화는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상영 시기를 조정하게 됐다. ‘서복’은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하고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연출한, 극장가 기대작이다. ‘서복’의 한 관계자는 “12월 초 개봉은 아예 물 건너갔고 연내 개봉 여부 등을 다각도로 살피는 중”이라고 밝혔다.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삶을 그린 대형 뮤지컬 영화 ‘영웅’도 비슷한 상황이다.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두 차례 1,000만 관객을 모은 윤제균 감독의 신작이나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렸다가 최근 개봉 시기를 내년으로 넘겼다. ‘영웅’은 안 의사 서거 110주기인 올해 상영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내년 초반도 (개봉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복’과 ‘영웅’은 연말 극장가에 실낱 같은 희망이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줄고,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해 관객이 다시 급감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깰 영화들이라는 기대가 컸다. 올해 극장 관객은 지난해에 비해 70% 가량 급감해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1위 멀티플렉스 체인 CGV의 3분기 순손실만 1,315억원에 달한다. CGV는 3년내 상영관 35곳 가량을, 롯데시네마는 2년내 상영관 20곳을 줄이겠다는 자구책을 최근 각각 마련했다.

‘서복’과 ‘영웅’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연말 극장가는 벌써부터 파장 분위기다. 한국 영화로는 멜로물 ‘조제’와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12월 개봉 예정이나 중량감이 떨어진다. 12월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원더우먼 1984’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영화 '영웅' 포스터.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기를 맞아 올해 개봉하려 했으나 내년으로 상영을 미루게 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영웅' 포스터.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기를 맞아 올해 개봉하려 했으나 내년으로 상영을 미루게 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코로나19 확산은 극장 관객 수치에 반영되고 있는 점도 극장가의 우려를 사고 있다. 25일 전체 관객수는 8만3,050명으로 1주일 전인 18일(9만1,175)보다 1만명 가까이 줄었다. 1주일 중 가장 관객이 많은 토요일 관객도 감소세다. 14일 전체 관객 수는 23만8,924명이었으나 21일은 17만4,283명으로 크게 줄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거리두기 단계 추가 격상 우려가 극장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올라가면 극장 영업은 오후 9시까지만 가능하다. 하루 중 마지막 상영 시작 시간이 오후 7시 전후가 된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밤 관객을 받을 수 없으면 영업 중단과 다를 바 없다”며 “거리두기 추가 격상을 감안한 대비책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극장들이 고사하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를 역임한 정윤철 감독은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영화산업 전체가 공멸하게 될 것”이라며 “극장이 새 영화의 수익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거나 부율(흥행 수익 배분)을 제작사에 유리하게 한시적으로 조정해서 기대작들이 개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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